세 사람

by 박지영JYP

세 사람 / 박지영


(나는 네가 시 읽는 여자라서 참 좋아)

축축한 겨울이 창가에서 소곤거린다


찻물이 졸고 있는 주전자, 힐끔거리는 머그잔 두 개

식탁 위에서 떨고 있는 시클라멘


얼굴 맞댄 두 사람, 고개 떨군 한 사람


부엌은 고백하기에 좋은 공간

던질 것도 찌를 것도 깨뜨릴 것도 있어서

그녀는 그녀를 참을 수 있으니까


뒤틀린 변명이 후줄근해도

개수대에 씻어낼 수 있으니까


초겨울에 만나 사랑하고

초입맞춤, 초여행, 그리고 초이별

초와 초 사이에 어른거리는

시큼한 미련


(언니, 잡은 손 놓지 않을 거래)

젊은 머그잔이 말한다

얼굴이 천진하게 말갛다


(금지된 사랑은 뜨거워서... 그 말은 맞을 거야)


꿈을 꾸면. 두 개의 손이 멀리 떠나는 여행

잡은 손과 잡힌 손이 서로를 더듬다가

흐느끼는 목울대를 비웃고 달아난다


(축복해주려고 했던 건데...)


이른 아침 눈을 뜨고 겨울이 스치는 소리를 듣는다

밤을 새웠는지 컹컹거린다

물기 많은 진심이 일어서는


봄이 오면

식탁에 다른 꽃을 놓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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