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에서 잠시 내리기

by Grace k

얼마만인지
뻥 뚫린 국도를 달리는 건
내 키보다 더 자란 옥수수들,
한가로이 풀 뜯는 가축들,
꽁꽁 싸맨 건초더미 너머
아득히 펼쳐지는 푸른 목초지
밴쿠버 도심을 벗어나
20분쯤 달려 만나는 외곽

아름드리나무가 연호하듯 뻗은 가로수 길
받아 든 양동이에 채워지는 계절의 열매

오랜만의 노동요에 동심 부르는 열매 따기
작은 양동이 가득 채운 풍요로움

일상을 떠나와 만나는
또 다른 노동의 대가
새콤 달콤한 열매
진득하게 퍼지는 청색의 꿈

나지막이 손 닿는 나무 위
과일 향내에 취한 벌의 비행
꼬리를 바짝 세운 주인집 개
햇살 아래 느긋한 길 고양이
떨어진 열매를 찾아
만찬을 기대할 곰 식구들

그렇게 계절과 생명과
블루베리가 하나 된 채 깊숙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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