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by Grace k

평소보다 더 일찍 눈이 떠졌다.
오전 6시 40분
출근 전까지 세 시간 남짓 여유롭다
보던 책을 이어서 읽고,
루이와 산책을 다녀오면,
커피 한잔으로 정신을 깨울 것이다.

'부스럭'
루이가 씩씩대며 날 찾아다닌다
숨을 죽인다.
7시 30분 즈음이 하루의 첫 산책시간이다.
지금의 고요를 양보하고 싶지는 않다
딸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희랍어 시간'을 읽기에는
이 시간이 더할 나위 없다
장인의 한 땀 같은 고뇌 어린
글을 정독하기에 좋다.

이 방 저 방 찾던 분주한 발걸음이
가까워지더니 내 곁에서 멈춘다.
내가 있을 동선 파악은 루이에게도
쉬운 일인 걸 안다.
그래도 뇨의와 배꼽시계는 정확한지
곁에 몸을 누일 뿐, 나가자고 보채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은 단조로운 편이다.
일을 다녀온 후의 오후도 ,
식사를 하고 루이 실외 배변을
위한 산책이 이어질 것이다.
반복되지만 빠뜨릴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일과이니까.

책을 읽고 차오르는 생각은
글로 옮기고 다듬는다.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쓰는
작가님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도
즐겁다.
읽어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과학이나 IT 그리고 통증을 헤아리는

의사 선생님의 전문성 있는 글들도 만난다.
내 손 끝 클릭 몇 번으로
드넓은 지식의 보고를 어렴풋하게
가늠해 보는 시간도 흥미롭다.
거듭되는 일상 속의 매일이
지루하지 않다.
하지를 지나면서 미세하게 짧아지는
낮 시간,
중복을 지나 처서, 말복 그리고 저만치
대기 중인 가을.

무심히 거리를 지나치는 행인처럼
한 여름 속에 발 빠른 다른 계절이 스침을
감지할 때가 있다.
발걸음도 호흡도 내 사유도
루이의 기분도 그때마다 다르다.
이 후로도 조금씩 늙어가는 나와
반려견... 그리고 나이를 더해가는 지구

닮았지만 똑같지 않은 오늘 하루다.
생각하고 기록해서 저장해 보며
이렇게 새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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