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다리를 살짝 절룩거린다
간식을 손에 들어 보이면
명랑한 발걸음으로 뛰어 온다
엄살이 아니라 흥분으로
불편함을 잠깐 망각한다
호흡도 이전보다 거칠다
검어진 발톱이 매니큐어를 칠한 것 같다.
한번씩 부엌을 어슬렁거린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 아니,
부엌 언저리를 헤매는 녀석'
눈에 띄는 모든 현상이
반려견의 노화를 가리킨다
-왕성한 식탐을 제외하곤-
냄비에 신선한 닭 가슴살이 끓고 있다.
당근을 삶아내는 달큰한 냄새에
입맛을 다시는 루이
언제나 정량을 살짝 초과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할미집에 맡겨지는 강아지들의
체중 변화
난 그 마음을 안다
"기름기도 없고 건강한 음식이쟎아"
조금만 기다려,
쉿,대신 네 방 룸메이트-내 딸-에겐
들키지 말기다"
루이는 내가 만만하고
그러기에 내 곁에서 가장 평온하다
산책중에 저보다 다섯 배쯤 큰
대형견을 향해 호기롭게 짖어 본다
엄마가 내 목줄 꽉 잡고 있어 뵈는 게 없다
'왕,왕' 짖고 나를 향하는 눈빛은
개선장군의 그것이다
'견생 뭐 있나
잘 먹고 엄마빽 든든하면 된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