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by Grace k

오랜 전 얻어 쓰던 서랍장을 내놓았다.
3층에 두고 쓰던 거라 속에 담긴 물건을 먼저 꺼냈다.
몇 가지 있어도 그만이고, 있는지도 몰랐던 티셔츠, 바지, 양말들을 솎아내니 금세 빈 서랍장이 된다.

3단으로 된 서랍을 빼고, 무게를 줄여 아래층으로 날랐다.
크기에 비해 무게감이 있다.
짱짱한 만듦새라, 다른 이에게 가도 제 몫을 할 것 같다.

요즘은 살림 줄이는 일이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나잇살 때문에 좀처럼 줄지 않는 체중은 포기했다.
애써 다이어트의 수고나 운동도 하지 않기에 억울함이나 불만은 없다.

그러나, 집 안의 살림은 줄여가기로 했다.
정리의 고수가 그랬다.
"일 년에 한 번도 손을 타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히 처분하라고."

크지 않은 집에 2인 식구.
줄여가야 할 것 투성이다.
특히 값나가는 물건이라곤 없다.
추억할 물건인 것도 아니다.
세월만큼 쌓여간 살림이, 이젠 쓸모를 다한 것들일 뿐이다.

내게 성가신 것들이 남겨질 내 아이들의 짐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줄이자, 버리자, 나누자."

아낌없이 주고,
가벼움과 개운함은 내가 차지하자.

오늘도 그렇게 하나씩 비워간다.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볼까.
분명한 건, 그것이 더 이상 유형의 물건은 아닐 것 같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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