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여러 갈래의 길을 만날 때가 있다.
선택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을 만나는 것이다.
사지선다의 객관식 해답 같은 명료함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내린 결과가
장고 끝에 악수이면 더더욱 난감하다.
젊은 시절 학업 문제가 그랬고,
취업에 이어 결혼, 이민, 그리고 출산에 이은 아이들의 진로…
산재한 일들을 처리할 사안으로 보자면 끝이 없다.
이뿐일까.
아이들이 장성하면 또다시 반복되는 사안들이 재생된다.
결국 해결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더불어 가는 인생의 조각조각들인 셈이다.
이 길이었는데 저 길을 선택한 것이
실패라고 느낀 적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라는 자책이 머리를 어지럽혔고,
후회로 남았다.
지금의 나는 세월의 풍화 작용과 더불어
모난 구석이 깎여 나가는 것일까.
이곳에도 길은 있고,
저 길이 반드시 정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깨닫게 된다.
돌아왔지만 대안을 만났다.
실수를 했지만 그것이
인생의 실패로 남지는 않는다.
그렇게 지금의 자리에서 우두커니
여러 갈래의 길을 바라본다.
아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다리 게임의 끝마냥
길을 잘못 들어 ‘꽝’을 만난다는 불안은 없다.
굵은 동아줄이 내려와 ‘로또’가 될 거라는
허황한 기대 또한 없다.
내 모양대로 빚어진 그릇이 여기 있다.
소중히 오늘을, 그리고 허락된 만큼의 시간들을
소중히 담아갈 거라는 걸 안다.
그러기에 서두르지도, 욕심내지도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깨달음을 미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교 없이, 막연히 잘될 거라는 낙관도 없이
걸어가 보기로 했다.
내가 디딘 바닥에 돌부리는 걷고,
잡초는 뽑으며 간다.
꽃을 보면 아름다움에 잠시 쉬다 가볼 것이다.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이 있고 구름이 있다.
때로는 비구름이 친구해 주는 시간을
위로 삼을 것이다.
그러면 되는 인생 하나쯤
있어도되지 않을까.
그 인생의 주인이 나였으면 하며
새 아침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