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인간 사이
한 음식점에서 웨이팅을 하고 있을 때였다.
2명의 딸과 1명의 아들과 함께 온
한 가족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아빠는 웨이팅이 너무 길고 답답하다며
혼자 산책을 나갔다.
잠시 후, 자매 중 동생이 언니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첫째는 엄마에게 칭얼대었다.
엄마는 참다 못해 사람들이 많은 그곳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사실 아이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줄 만큼
떠들진 않았다.
그녀는 TV 프로그램에서 배운 '아이에게 해선 안 되는 말들'을 나열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녀의 짜증과 분노가 다른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정도였다.
두 자매는 주눅 들고 토라진 채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이 장면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것이다.
"아이들에게 저런 험한 말을 한다고? 엄마 맞아?"
"사람들 많은데 저렇게 화를 내다니."
"아이들이 불쌍하다."
"아빠라는 사람은 또 자기 혼자만 가버리다니."
그런데 그날은 문득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아빠도 그냥 사람이구나.’
물론, 저 가족 중 누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화가 난다.
또 답답한 관계나 상황에선 회피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저들의 행동을 관계와 역할 제외하고 보면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가 있을까?
단 한 번도 부모를 싫어한 적 없는 아이가 있을까?
부모이기 전에 그들도 하나의 인간이고,
개별적인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다.
부모라는 직책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자연스럽게 화를 참고 자신을 억누른다.
나는 감히 한 장면으로 그들을
나쁜 사람으로 판단 할 수 없다.
예전에는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면
아이의 감정에 먼저 이입이 되곤 했는데,
이젠 그 부모의 감정에 이입이 된다.
확고할것만 같은 생각도 달라지기도 한다.
아직도 잘 모르고 배울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