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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풍선

풍선을 준 사람과 분 사람

by RIZ

의도는 없었지만 오해를 하게 한 사람 A와 , 오해를 하고 뒤돌아서버린 사람 B

A는 B의 행동에 오해를 하고 멀어지고 B는 사과도 없는 A의 모습에 다시 멀어지고


두 사람 중 어느 사람이 사과를 해야 하는 쪽일까?


좋고 나쁜 모든 인간관계의 80%는 오해해서 시작되는 것 같다.

오해는 착각의 늪에 빠지게 하기도 하고 불신의 구렁텅이에 빠지게도 한다.

그리고 그 오해를 푸는 과정은 단순한 싸움보다 간단하기도 하지만 더 힘들게도 한다.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한 사람을 미워했다.

오해의 구렁텅이에서 속으로 온갖 나쁜 감정을 품었고,
그 사람이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그 사람에게 혀를 내둘렀다.
나는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도,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


내 세계에서 그 사람은 ‘분명한 나쁜 사람’이었고,

나는 ‘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착한 사람’이라는 위안이
내 마음을 편하게 하거나 감정을 가라앉히진 못했다.

오히려 “나는 착한 사람인데, 왜 나를 괴롭히는 걸까?”라는
억울함과 원망만이 커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어쩐지 내가 부풀렸던 모든 나쁜 일들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어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감정처럼 느껴졌다.

말을 하면서 분명 그땐 집채 만했던 사건이

손톱크기로 줄어들어 버린걸 스스로 느꼈다.


나는 도대체 어떤 생각과 감정에 빠져있었던 것일까.


분명 풍선은 준 건 분명 그 사람이었지만

크게 부풀린 건 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모든 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풍선이 쥐어지면 불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내가 스스로 풍선을 불어 나를 괴롭히고 있단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풍선을 준 사람일까? 아님 부풀린 사람일까?


손에 쥐어준다고 해서 굳이 불지 않는 판단력과

쥐어지는 순간, 버릴 수 있는 지혜는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걸까.






30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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