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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은 나의 몫

이 모든건 누구의 잘못일까

by RIZ

배려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본인의 이득만 취득할 줄 알고 본인의 부당함만 호소하며

다른 사람의 도움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너무 싫어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싫어하는 것을 넘어 약간의 혐오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 사람이 걷는 것, 입는 것, 먹는 것

핸드크림 냄새까지 싫었다.


이렇게 사람을 싫어할 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런 나의 고민을 말하니

한 분이 말씀하셨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 말이 참 위로가 되었다.



나의 이런 행동에 그 사람도 이제눈치를 챘는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것이 참 좋고 편했다.

싸우진 않았지만, 불편한 사이.

딱 그 정도로 나는 만족했다.






어느 날도 여느 날처럼 그 사람의 행동은 나의 신경을 건드렸다.

사실 그건 별 일이 아니었지만,

그 사람의 그동안의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살짝만 건드려도 바로 튀어 오르는 용수철처럼 나의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나는 분명 이것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라는 걸 인지했고

그것이 나를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량이 넓은 사람도 아니고

착하지도 않고, 배려가 싶은 사람도 아니구나.

나의 마음을 똘똘 뭉쳐버려 털끗이라도 건드려 버리면

화가 나 버리는 예민한 사람이구나.

부정적인 영향은 어쩌면 내가 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관계는 뫼비우스의 띠 마냥

서로에게 부정적인 채로 평생 남을 수밖에 없겠다.

그걸 끊어버릴 포용심도 없는 채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판단해 버렸구나.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했다고 나의 행동이 드라마틱하게 변한 건 아니다.

여전히 그 사람은 불편한 존재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 외에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길 바라며



- 30대의 딜레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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