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하는 라이프
미니멀리즘이 있는지도 모른채 살아가다가
20대 중반에 미니멀이라는 걸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다.
세상 참 좋아졌다. 남이 사는 인생, 보기 어려운 천연기념물 동물 조차도
누워서 방구석에서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무료로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게 미니멀이 뭔지 살펴보니 물건을 비우고 깔끔하게 사는 것 처럼 보였다.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삶.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이지 각자의 삶들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올리는
유튜버라는 직업을 통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를 봤다.
누구는 좋은 것들을 나열하고
누구는 자신의 힘듦을 아픔을 나열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찍고 편집하고 소통하는 창구
버디버디, 네이트온,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 쓰레드, 유튜브
사람들과 접촉하는 비대면 구조가,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해야할까?
클릭 한 번이면 어디사는 지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
정작 가장 가까이에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과는
이름도 알고 주소도 알고 가까운 사람과는 대화가 줄어드는데
모르는 사람과는 아주 빠르게 알아간다.
그래서 벌어지는 일들. 수천가지 일들.
그치만 뭐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미니멀이 왜 열풍이고
왜 미니멀을 추구할까?
생각해보니 컨트롤 하게 된다. 삶을.
가진게 많을 수록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글을 썼었다.
쉽게 인맥이 많을수록
쉽게 여친/남친이 많을 수록
쉽게 직장이 많을 수록
쉽게 또 뭐가 있을까?
무언가 많이 갖고 있다는 건
그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리를 한 다는 건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해 살아가는데
시간과 돈을 벌기 위해 많은 것들을 늘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미니멀을 하는 사람은
늘리지 않고도 시간과 돈을 벌어가는 아주 건강한 방법이다.
하지만 모든건 극단적이면 소화시키기가 어렵듯이
지금 내가 가진것들을
한 번이 아닌 두 번 세 번 나누어서
정리를 한다.
내 삶이 눈에 어느정도 들어올 수 있게
내 삶이 컨트롤 될 수 있게
타인의 마음을 컨트롤하기가
수많은 물건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
잘 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안 되는 걸 붙잡고 있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붙잡고 정리하고 가치를 쳐내고
나에게 시간과 돈을 적재적소에 쓰는 일.
그게 미니멀리즘이라고 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느낀 다음엔
물건을 아무생각없이 사고싶은 것들을 샀었지만
지금은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없어도 불편하지않고/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안나게 되면
소거해버린다.
그랬더니 나에게 좀 더 중요한게 무엇인지
내게 더 소중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알아가게 됐다.
주변에 사람을 많이 두는 사람은
정작 자기 소중한 사람을 놓치게 된다.
몸은 하나인데
시간은 24시간 인데
어찌 그 많은 사람들을 곁에 두려고 하는지
어찌 그 많은 물건들을 혼자 관리가 안되는 걸
타인에게 맡기고 또 소모하는지
나도 그랬다.
돈을 쓸 줄만 알지
관리하는 방법을 몰랐다.
사람을 사귀는 줄만 알지
관계를 유지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몰랐다.
알아가는 과정에 놓여지니
이제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보일때
비로소 내 삶이 보이고
내 삶을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준비 단계가
이제서야
겨우 됐다.
그래서 이제는 다시 반복하기 싫어서
굳이 늘리지 않는다.
남들은 좋다는 것에
우르르 몰릴 때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다 해서
남들이 하는 걸 못한다 해서
불안하지도 조급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지금 주어진 오늘 하루를 또
그냥 잘 지내는 것
그게 인생을 잘 살아가는
미니멀이라고
물건만 비워내는 것이 아닌
삶을 잘 가꾸는 것이
미니멀이라는 걸!
미니멀 tip!
1. 기존에 갖고 있는 물건이 무엇이 있는지 부터 파악하는 것.
신발, 옷, 악세서리, 가전, 생필품 모든 사물을 수치화 한다.
엑셀 잘하는 사람들은 갯수를 세다가 아마 현타가 올 것이다.
왜 이렇게 갖고 있지?
2. 이제 기존에 갖고 있는 물건을 버릴거 버리고 취할 거 취하고
아이쇼핑 좋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 기존에 있는 제품이라면 눈을 감고
그냥 지나쳐라. 한 번도 써본적 없는 물건은 경험해보면 좋겠지만
경험해봤으면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맛이라고들 하긴 하지만
아는 맛이 제일 후순위에 두어야 할 맛이다.
3. 1번과 2번을 실천하는 일. 실천 안하면 무의미하다.
예 :
나는 바세린 립테라피 로지립스를 립밤으로 쓰고 있다.
7g 짜리인데 올리브영에서 보통 2개를 세트로 파는데 6,000원 미만으로 기억하고 개당 3천원 정도인데 쓰는 기간은 못해도 두 달은? 쓰는 것 같다.
근데 크리스마스에 가족 중에 누가 디올딥글로우를 선물해줬다.
내 기준엔 이미 립밤을 갖고 있는데 립밤선물이 들어오니
올 한해는 립밤을 살일이 없다.
아무리 패키지가 이쁘고, 아무리 너도 나도 좋다고 떠들고 광고가 나오는
립밤이 있을지라도 립밤 코너에는 0.1초도 서있지 않고 지나친다는 것이다.
옛날엔 집에 립밤이 있어도 예쁜 패키기 올해 1위, 촉촉한 이런 광고 문구에
현혹되어 쟁여둘까? 싶었는데
이젠 기존 물품이 1개 집에 있고 쓰는 중이라면
굳이 아무리 저렴하게 싸게 나왔어도 돈을 쓰지 않고
파킹통장에서 열심히 일하라고 추후 지출을 한다는 것이다.
예 :
나에겐 2019.6.1. 첫 타지에 올라가서 샀던 테팔 드라이기가 있다.
다이슨 드라이기가 유명하다고 너도 나도 사서 금손들은 이쁘게 머리를
관리하겠지만
나는 이미 테팔 드라이기가 고장이 나지 않았고
지금도 내 머리 말리는데 문제가 있진 않다.
바꾸고 싶어서 당근마켓에 올리긴 했는데
팔리진 않는다.
팔리면 다른 제품을 사겠지만
팔리지 않는 이상 고장날때까진
테팔 드라이기는 나와 함께 가겠지
예 :
나에겐 고대기도 테팔제품을 샀었는데
지금은 머리 숱이 많이 줄어서
미니 고데기로도 충분히 머리를 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게가 적게 나가서
여행갈때 무게 짐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하다.
여행갈때 바리바리 싸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돌아오는 길에도 무겁게 짐을 들고 오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왜그럴까 싶었는데
이사를 하도 다녀보니까 짐이 쓰잘떼기 없는게 왜이리도 많았는지.
지금도 비워낼게 많다.
테팔 고데기도 올렸는데 팔리지가 않는다.
미니고데기를 쓰니 테팔고데기는 쓸모가 없어졌는데
처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서랍을 열때마다 고민이 든다.
예 :
핸드폰은 아이폰 13미니,
아이폰 17 슬림형이 나온다고 한다.
작은 걸 선호하는 나는
실물이 나오면 확인해보고 그립감이 나쁘지 않으면
바꾸려고 한다.
휴대폰의 기본적 용도는
전화/연락 이다.
그 외 기능들은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활용가치가 달라지는데
다 활용하지 못할 기능들을 비싸게 돈 주고 구입하고
그 기능이 있는지도 모른채 지낸다면?
만든 담당자는 아쉬워하겠네
글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

끝.
내가 끝이라면 끝인거지 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