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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렛일부터 제대로 해라(1) - 세이노

제대로 했나?

by 쏘리
세이노의 가르침 표지.png


p. 158

커피 하나도 제대로 타려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 2023년 시흥시 근무시절 퇴근 후 <무빙>을 챙겨봤다. 거기에 젊은 여직원이 상부들의 믹스커피 취향을 틀려서 혼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한효주배우 역할이 직장에서 툭하면 울면 안 되고, 출근 룩에는 다양한 색이 아니라 단정한 톤으로 옷을 입어줘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번 우는 게 아니라 울어야 할 때만 울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습관이 된다고 담백하게 조언해 준다.


커피 타는 것부터도 그 사람의 취향 어떤 타이밍에 커피를 놔야 하는지 고려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련생 시절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원두커피를 수동으로 가는 일이었다. 내 수련 동기는 커피를 내리고, 나는 갈아버리고 커피를 잘 못 마시니, 인생의 맛을 모르네라는 소리와 시누이가 볶은 탄 보리를 선물 받게 된다. 참 인생 뭐 같지만 어쩌겠냐. 그게 사회생활이라면 사회생활이고, 나는 절대로 내 후배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선배가 되어야겠다. 싶었다.


내가 윗사람을 어려워했듯이 아래 친구들도 나를 어려워할 수 있으니 나는 선 듯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공적인 말만, 그리고 섣불리 나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다는 걸. 내가 좋아하는 후배는 그저 자기가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잘하지 못할지라도 묵묵히 조용히 하는 친구들을 선호한다.


아무튼 작은 일이라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컵의 온도를 따뜻하게 한 뒤 물을 깨끗이 털어 내고 인스턴트커피를 넣어라. 거기에 뜨거운 물을 조금만 부어 커피 가루를 완전히 잘 갠 뒤 그다음에 비로소 나머지 물을 채워 넣어야 향이 살아난다.


(* 경기도 화성시에서 근무할 때 누군가 차를 탈 때 컵의 온도를 맞춘 다움에 타는 것을 보게 됐다. 티백 같은 경우엔 1-3분 정도 우려낸 뒤 버려주고 내어주기도 했다. 만약 티백을 같이 드렸다면 티백을 덜어낼 작은 접시까지도 같이 내어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니 다양한 모든 경험들은 쓸모없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화성에서 보이차를 처음 마셔봤고, 보리차, 둥굴레차를 좋아했던 내가 보이차를 맛보니 "오, 좋은데?" 했던 기억이 난다.)


각각의 기호를 파악해야 한다.


(* 사람들이 명심하지 않는 게 내가 좋으면 상대방도 좋을 거라 생각하고 내가 싫으면 상대방도 싫어할 거라 생각하는데 대부분 맞을 수도 있지만 개인은 고유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상대방은 딱히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들은 입 밖으로 꺼내도 좋지만 싫어하는 건 입 밖으로 꺼내면 잡음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이런 걸 싫어하니, 조심해 주세요.라고 알릴 수도 있다. 싫어한다고 표현했음에도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사람은 당최 뭔 생각인지 잘 모르겠고, 덧붙여서 나는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조심해줬으면 하는지를 명확히 얘기해 주는 사람이 좋다.


본인이 무얼 싫어하는지, 뭐가 짜증 나는지 직접적으로 표현도 못하고, 알아맞혀 보라는 식이 거나 이런 것도 말을 해줘야 할까? 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 또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말을 해줘야 알 것이며, 사람들은 당신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관심이 크게 없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그것을 보고 누구에게 어떻게 커피를 타다 주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이것이 이른바 '지식 경영'이다)


(* 이것이 바로 매뉴얼이라고 말하고 싶다. 화성시에서 근무 시에 새로운 팀을 세팅한 적이 많았는데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우왕좌왕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매뉴얼을 만들고 그 만든 매뉴얼을 공유하며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지, 합의와 약속을 해보고 만약 지켜봤더니 불편한 부분이 있거나 이 매뉴얼보다 좀 더 나은 방법이 발견되면 수정을 할 때도 혼자 수정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이렇게 해보면 어떨지 제안을 하고 합의하에 수정을 하고 혼자만 지키는 게 아니라 합의한 모두가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인만 알고 있는 매뉴얼은 매뉴얼이 아니다. 모두가 알아야 하며 모두가 합의한 내용을 함께 지켜나갈 때 비로소 그 매뉴얼은 매뉴얼이 될 수 있다.)


(* 조직운영에서 중요한 건 서로 꽁꽁 숨기는 게 아니고, 소그룹만 알는 정보들이 늘어날수록 그 조직은 가라앉게 된다. 그러니 공론화를 하고, 오픈된 장소에서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공유하는 문화가 잘 자리 잡는 곳이 안전한 조직운영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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