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도 안 된 신입 청소부입니다.
오늘 여자화장실 쓰레기봉투를 묶으려 허리를 숙이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접촉을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어떤 짜식이야?
하고 보니 이 강아지가 나에게 치대고 있었다.
당황하면서도 반가워서 이리 와~ 했는데
내 모습이 고무장갑에 검정 커다란 봉투를 들고 있으니 위협적이었나 처음엔 다가오다가
뒷걸음치다가 도망갔다.
간식이라도 주고 싶어서 2층으로 다녀올까 하다가
왜 이렇게 말랐는지.
그래도 궁금한 게 많은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근무시간에 본 기사다. 자살 사망자 13년 만에 최대다.
기사 제목을 보니 예견된 일, 한 목소리 우려.
고위험군은 도움 요청조차 하지 못한다.
자살 사고에 빠지기 시작하면 자살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자살에 몰두되어서 자살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고의 선택지는 자살이 아니다.
다만, 그 동굴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그러니, 그 동굴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면 좋지만
그럴 힘조차 없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으니.
발굴을 해내야 할 테고
왜 그런 동굴에 들어가게 되는지 우리 사회는 지금 어떤 사회인지를
어떤 걸 변화시켜줘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자살 같은 경우엔 남성이 자살성공률이 높다.
사유는 힘이 세기 때문에 충동적으로든, 계획적으로든 성공하기가 쉽다.
반면 여성은 시도력은 많지만 성공률까지 가기엔 남성에 비해 적은 편이다.
남성은 1인가구, 일용직 근무자 40-50대, 이혼남성이 고위험군으로 될 수 있다.
남자 같은 경우엔 자기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잘 모를뿐더러
가부장적인 분위기 었나? 남자들은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 이전에도 글에 남겼지만
제일 혐오하는 말이다.
꼭 술이나 친구들 붙잡고 하소연하기보다
전문가에게 찾아가 펑펑 울어도 된다.
남자라고 다 강한 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쓰레기봉투 꽂이로 동그란 자석을 살까 하다가 그냥 이왕이면 보기 귀여운 게 기분도 좋을 수 있으니
물고기를 골라줬다.
커피 머신 같은 경우엔 원두를 채울 때마다 청소도 챙겼어야 하는데 겉에 통만 갈아주고 있었다. 그러니 꽉 차버렸고, 해체쇼 끝에 커피머신은 다시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
조화지만 이쁜 꽃이 생겼다. 색깔이 주는 힘이 있다.
초록색, 핑크색, 노란색 등등
회사에 다양한 색을 주는 것이 생각 전환에 좋다.
아마 각자마다 끌리는 색이 있을 것이다.
생각이 멈춰버릴 때, 짱구가 잘 안 굴러갈 때
정서적 환기를 위해서 좋아하는 것들을 책상에 조그맣게 두는 것도 방법이다.
화사해진 공용휴게실이다.
점심에는 아산에 위치한 <정터진 김밥>을 먹으러 갔는데, 날씨도 풀려서 근교도 나가볼 겸 나갔는데
김밥집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싶었지만 내가 예민한 건가? 다들 혼자 조용히 식사하거나 둘이 와도 조용히 먹는 테이블뿐인데 어느 모 회사 직원들 4명이 와서는 도떼기시장처럼 전세 낸 것 마냥 대화를 나누길래 조용히 해달라 요청했지만 그 말을 듣고 나를 들으라는 식으로 투덜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eye contact 끝에 여기는 다들 밥 먹는 장소다. 식사 예절 모르시냐.
하.. 지금 생각해도 또 열불이 나지만
입 맛만 버렸다.
어느 회사인지 점퍼를 봤어야 하는데 아쉽다.
휴게실에 못 보던 의자가 생겼다.
용기 있는 자가 이곳에 앉아 쉴 수 있겠지.
용기 있는 자 과연 누가 먼저 이 자리에 앉아서 쉴 수 있을까?
라면 머신이 한 개 더 생겼다.
아마 사무실엔 40명 정도? 같이 쓰는 공간인 것 같다.
사람이 늘을 수록 쓰레기도 당연히 늘어난다.
점점 살림살이가 늘어나고 있다.
작은 거라도 늘 해주지 않으면 티가 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체크하고 원상태를 유지해주려고 한다.
청소는 정리정돈은
유지가 되어야 정리정돈이라고 했다.
청소를 위한 청소를 하지 마라.
<인생을 바꾸는 정리 기술> 책을 다시 사려고 항상 교보문고 가면 검색하는데 재고 없음으로 떠서 아쉽다.
조화라도 공간에 분위기를 바꿔주는 힘은 동일하다.
어쩌면 생화보다 조화가 더 이득일 수 있다.
생화면 매일같이 신경을 더 써줘야 하지만
조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될 수 있다.
꽃을 놔주신 것에 감사하다.
흐린 눈으로 변기를 뚫은 지 하루도 안 돼서 누가 또 대차게 변을 보시고 휴지마저 변기통에 넣고
뒤처리를 하지 않으신 분이 계셨다.
누굴까? 다 큰 성인이 말이다.
사진을 찍어뒀지만 모두의 비위를 위해서 일단 간직해 둔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까지 용의 선상에 오르실 뻔했다.
왜냐면 단 한 번도 막힌 적 없는 층에서 발생되니 누굴까 싶었던 것이다.
화장실 청소를 하다 보면 신기하게 인기 칸이 있고 비인기 칸이 있다.
사람 심리가 다 비슷한가?
늘 앉던 변기에 앉아서 본다.
그리고 맨 첫 번째 칸이나 마지막 칸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엔 늘 같던 칸보다는 그냥 냅다 꽂히는 칸에 들어가는 편이기는 한데
변을 보고 막히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니다.
나도 막혀본 적이 있으니.
더 부끄러운 건 본인이 싼 똥을 남이 치우게끔 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다.
똥 싸는 게 죄는 아니지만
변기를 막히게 하는 게 죄는 아니지만
자기 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건
무슨 심리일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