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구례, 지리산, 섬진강 (1)

가마솥 소머리국밥 소원성취

by 쏘리
KakaoTalk_20250331_163038059.jpg




구례에 처음 간 건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함께 갔을 때가 처음이었다.


둘 다 인생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무작정 떠났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국밥에 반해버렸다.


근데 왜 그렇게 반했을까? 생각해 보니


그 친구와 나 둘 다 타지에 나가서 따뜻한 집밥 한 번 먹어보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때 이 국밥을 먹고는 그렇게 배가 부를 수가 없었다.


한국인은 빵심이 아니라 밥심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내가 국밥에 반해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죄다 데리고 갔었다.


혼자 가서 먹을 때도 있었고.



이번에도 그 기억과 추억을 나눠주고 싶어서 소중한 사람을 데리고 갔다.



혹시나 나 만큼이나 맛에 대한 감동이 없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같이 맛있게 먹었다.


가마솥에 하는 건 죄다 맛있나? 싶은 정도다.


sticker sticker



양념족발도 먹고 왔다.


우리 집엔 명절에 엄마가 천안 중앙시장에서 족발을 사서 꼭 직접 만들어주신다.


그러면 나와 아버지는 족발을 좋아해서 비닐장갑을 끼고 맛있게 먹는다.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는 이렇게 비닐장갑을 끼고 먹는 족발은 처음이라 그랬다.


그때 나는 눈이 작지만 휘둥그레졌다.


에?????? 하지만 다시 맛있게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산수유 막걸리를 사이좋게 한 병씩 나눠 마셨다.



KakaoTalk_20250331_163038059_03.jpg


고등학교 동창 친구랑 둘이 갔을 때는 이런 문구가 있었나 싶었는데


1년 사이에 나만 변한 게 아니라 이곳도 많이 변했다.


그 당시 둘 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터라


숙소예약을 할 땐 두 다리 뻗고 잘 곳이면 만사오케이였다.


모든 여자들이 꼭 고급진 숙소만 찾는 건 아니라는 걸.


그렇다고 여자친구들이 고급진 숙소를 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까.


적당히 알아서 알 잘 딱 깔 센...


그때 친구와 나는 산수유 막걸리를 6병이나 먹고


나는 거하게 취했고, 내 친구는 나를 챙기느라 고생했다.




KakaoTalk_20250331_163038059_07.jpg



다들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나신 것 같다.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떠나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속에 둥근 나이테로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누구에게나 사람다운 인간냄새가 있다.

사람다운 냄새.

인간미.


얼핏 내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저 사람 참, 사람 냄새나네~


악취의 냄새가 아니라

인간적이라는 뜻이다.


나에겐 무슨 냄새가 날까 싶은데


내가 쓰는 핸드크림, 바디로션, 거진 바닥나버린 지미추 향수 냄새정도일까?


요즘 내 직업은 화장실 청소라 멋 부리고 꾸미고 가지도 않기에 거의 칠푼이 팔푼이 같은 모습일 텐데.


첫 출근에 슬랙스에 니트를 입고 갔다가 옷을 다 버린다고


편하게 입고 청소하라고 해주셔서 그때부터 복장은 청바지에 후드티로 입고 다닌다.



아무튼,


시의 제목 <동행> 답게


혼자 가면 멀리 가지 못하는데

함께 가면 멀리 간다고 하니


각자의 위치에서 외롭지 않게 동행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KakaoTalk_20250331_163038059_08.jpg


친구와 차키가 없어져서 우왕좌왕하던 곳이었는데 이젠 추억이 되어버렸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7화군산 근대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