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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Jusunshine Jul 26. 2024

나의 희망이

06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따스한 봄이 찾아왔다. 어느 날 봄의 아침. 날씨가 너무나 좋게 느껴졌다. 살랑거리는 바람으로 유혹하는 따스한 햇빛이 눈가로 비추니 나의 두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나에겐 완벽한 날씨였다. 따스한 기온에 마음속까지 평온해졌다. 추운 계절에는 버들버들 떠는 우리 집 강아지 희망이 때문에 바깥 산책을 잘 시키지 못하곤했다. 희망이는 원래 겁이 많은 소심한 아이다. 밖으로 나가려고 옷을 입히고 목줄을 채우면 무엇을 감지한 것인지 온몸을 부르르 떨곤했다. 밖에 나가는 게 무섭고 두려운가 보다. 우리 집에 데리고 온 지 2년이 된 희망이. 희망이는 원래 길거리에서 주인을 찾아 무작정 헤매고 다녔던 가여운 유기견이었다. 아빠의 친구분이 희망이를 구조하여 아빠에게 한번 잘 키워보라고 하면서, 희망이를 집에 데리고 오셨다. 우리 아빠의 집은 천안에 있고 엄마 집은 남양주에 있다.


나는 남양주 집에서 엄마와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아빠는 바쁜 일 때문에 희망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여유로운 우리 집에 희망이를 데리고 왔다. 나는 그동안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며, 너무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희망이는 귀염둥이의 얼굴을 가진 너무나 예쁜 치와와 공주님이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개로 알려진 강아지 치와와.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희망이에게 깊은 마음과 사랑을 주고 있었다. 우리집 희망이는 존재만으로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내가 하는 말을 곧 잘 알아듣고, 우리집에 잘 적응해나갔다. 사료를 잘 먹어주는 것만으로, 내가 주는 간식을 잘 먹어주는 것만으로, 폭신한 이불에, 따뜻한 바닥에 자리를 잡고 깊은 잠에 빠지는 것만으로, 집문 밖에 소리가 들려오면 우렁차게 멍멍 짖으며 우리집을 지켜주는 것만으로 희망이는 충분히 사랑스러웠다.


희망이는 나에게 애교를 떨 때 고민없이 누워 배를 보여주거나 긴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희망이 입가에 손을 대보니 희망이가 숨쉬고 있다. 따뜻한 온기의 숨바람이 느껴진다. 희망이의 몸을 쓰다듬으며 만질 때 내가 꿈을 꾸는 기분이다. 살아있는 귀여운 인형이 내 앞에 있다. 희망이를 안고 얼굴을 부비댈때. 희망이의 이마와 희망이의 몸에서 따스한 체온이 느껴질 때 나는 너무 행복하다. 희망이는 나의 갖난 애기다.


땡글땡글, 말똥말똥, 똘망똘망한 검은 구슬과도 같은 총명한 눈과, 누구나 탐할 것 같은 애플돔 두상의 브이라인 작은 얼굴. 옅은 노란빛 갈색 털로 뒤덮인 희망이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희망이의 모습을 지켜볼 때면, 나에게 항상 작은 미소가 찾아온다. 언제나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새로운 가족이 된 치와와 희망이. 쫑긋 솟아오른 여우와 닮은 귀, 복슬복슬 빵빵한 배, 뾰족한 이빨, 길쭉한 꼬리. 내가 현관에 들어오면 좋다고 기쁜듯 짖으며 뱅글뱅글 도는 개인기를 가진 희망이. 희망이의 청초하고 귀여운 외모. 나는 희망이 중독자가 되었다. 하루라도 못 보게 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희망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보게 된다.


우리 희망이는 2.5의 몸무게를 가진 아이였다. 희망이는 배고플 때면 주섬주섬 먹는 정도로, 사료를 잘 먹지 않았다.  희망이는 보통 사료를 먹으면 자주 토를 했다. 사료는 흡수율이 적다는 말에,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진 화식 제품을 구매해 희망이에게 줘보니, 희망이는 화식을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잘 먹는 아이인지 처음 알았다. 원래 맛이란 것을 아는 입이 고급인 여자아이였던걸까? 자주 토를 하던 희망이는 화식으로 바꾼 후 식욕 넘치는 아이로 달라져버렸다. 이제 자주 토를 하지 않는다. 예전보다 건강해진 것 같아, 내 기분도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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