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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Jusunshine Jul 31. 2024

사랑의 힘

06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오랜만에 앨범 사진을 보았다. 앨범 속에는 젊은 시절의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 사진과 지금의 엄마 아빠의 모습을 비교해 보니 정말 얼굴이 달라져있었다. “이것이 늙어가는 거구나..” 홍콩 여배우가 생각나는 이목구비 뚜렷한 엄마의 예쁜 얼굴, 훈훈함 묻어나는 잘생긴 아빠의 얼굴. 얼굴에 시간의 흔적을 남기나 보다. 사진을 보니 엄마는 머리숱이 굉장히 많았다. 머리 색깔도 무척이나 새까맸다. 지금 엄마는 머리숱이 많이 없어져 버렸고, 머리카락도 많이 얇아졌다. 흰머리가 매번 올라와서 한 달에 한 번씩 진한 갈색으로 염색을 하신다.


물론 초등학교 때 새치를 달고 다녔던 나도 지금 나이에는 더욱더 새치가 많아져서 엄마와 같이 한 달에 한 번씩 염색을 하러 다니곤 한다. TV를 보게 되면 미적으로도 늙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곳곳에서 신호를 보낸다. 광고에서 나오는 곱디고운 젊은 여성들의 콜라겐 광고들.. "젊음을 유지하세요"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 박히도록 광고들이 넘쳐난다. 온 사방에서는 젊음을 따라 하라고, 젊음을 유지하라고 떠들어댄다. 그러지 않는 것은 게으른 것이라고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나이 듦을 대하는 이 사회의 태도에 나는 거부감을 갖지만 늙음을 비하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나도 늙어가는 게 두렵기만 하다. 나는 과연 어떻게 늙어갈지, 미리 정해놓지는 않았다. 현재 타인의 늙음의 모습은 곧 미래의 나의 늙음이라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어떤 노인이 될까?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나 혼자 어떻게 이 세상에 남아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면 지금은 너무나 행복한 인생이구나를 느끼게 된다. 매일매일 맛있는 밥을 차려주는 엄마,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같은 우리 엄마,


자상한 모습으로 나를 챙겨주는 우리 아빠. 나의 외/친 할머니, 할아버지는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가셨다. 홀로 남겨진 엄마와 아빠는 지금 무슨 생각이실까? 외롭지는 않으신지, 서글프진 않으신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계실까 너무 궁금해진다. 내가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생각해 보니 남겨진 가족이 중요할 것만 같다. 나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혼을 해서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지인들을 만나봤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룬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구나를 느껴왔고, 가족에 책임을 두고 내 삶을 버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인생을 더 자유롭게 살아가고픈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늙었을 때를 생각해 보니, 옆에 누군가가 내게 없다면, 너무나 외롭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사실 연인이나 배우자조차도 내가 많이 아프다고 했을 때 늘 곁에 있어줄 수는 없을 듯 했다. 실제로는 누군가 아프다 하면 등 돌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오자, 사랑이라는 것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었다. 나는 혼자 있을 때의 편안함, 내 의지대로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움, 그 선택의 책임을 나 혼자만 지면 된다는 생각, 내가 이루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더 급하고 소중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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