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네 엄마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어린이집 때부터 함께한 사이라, 서로의 아이 이야기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통한다.
요즘 우리의 화두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인다.
대학.
예비고3이 되니 피할 수 없는 이야기다.
성적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지만,
한숨의 깊이와 말끝에 남는 침묵으로 대충 짐작이 간다.
부모의 기대치는 늘 조금 더 위에 있고,
아이의 성적은 늘 그만큼 아래에 있다.
“대학만 가면 끝일 줄 알았는데.”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지인이 말했다.
대학에 가면 숨을 돌릴 줄 알았고,
취업만 하면 모든 걱정이 내려놓아질 줄 알았단다.
하지만 아니라고 했다.
끝은 없다고.
“아이들은 우리가 안 해준 것만 기억하더라.
해준 건 그냥 당연한 거고.”
그 말을 하며 지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 눈가가 붉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괜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게 해줬고, 하고 싶다는 건 웬만하면 다 해줬으니까.
그래서 괜찮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던 건 아닐까.
혹시 그 ‘괜찮다’는 말이
아이를 향한 확신이 아니라 나를 향한 변명이었을까.
양육의 끝은 어디일까.
어떤 이는 아이의 독립을 말한다.
하지만 독립해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 험한 길을 걷는 아이를 우리는 어디까지 지켜봐야 할까.
어디까지 손을 내밀어야 할까.
아이의 성적표와 학원비 사이에서
오늘도 마음의 무게추는 흔들린다.
잘 키우고 있는 건지,
혹시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답은 없는데 질문만 늘어난다.
아마도 이 끝없는 질문을 품고 사는 것,
그게 부모가 되는 일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