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섬 X아일랜드 연재 중
“오늘도 좋은 날이구나”
인사를 건넨 하얀 할아버지.
“네..”
내가 대답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나의 긍정의 말이 내 마음과 일치함을 느꼈다.
신기했다. 너무 새로운 기분이라서.
“오늘은 어제처럼 물고기가 미끼를 물지 않는구나. 이제 날도 추워지고 바람도 바뀌니 이들도 이동을 하겠지. 됐다. 오늘은 이만해도 되겠다."
할아버지는 내가 오기 전 이미 잡아 둔 것 같은 양동이에 든 아직 다 크지 않은 것 같은 물고기 한 마리를 바다로 놓아주며 정리를 하기 시작하신다.
“바쁘지 않다면 정리하는 것 좀 도와주겠니?”
사실 정리할 것도 별로 없어 보이지만 낚시 준비들을 함께 정리하였다.
“오늘도 좀 쌀쌀하구나. 너는 옷이 얇아 보여 춥지 않니? 저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우리 집이니 너만 괜찮다면 가서 몸을 좀 따뜻하게 녹여보자, 괜찮니?”
특별히 바쁜 일은 전혀 없었고, 할아버지 말을 들으니 정말 내 몸이 춥게 느껴졌다.
"네.."
나는 빈양동이 하나를 들고 할아버지는 나머지 낚시 준비물들을 들고 바위 사이 모래길을 지나 나무 숲을 지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계속 따라갔다. 할아버지는 특별한 일이 없을 때면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이곳에 오셔서 낚시를 하신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곳에 올 때마다 나는 혼자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 해변에 두 사람의 발자국들을 남겨가며 찬 공기를 마셔가며 도착한 곳은 약간은 허름해 보이지만 정갈하게 정리가 곧 잘 되어 있는 집이었다. 오래돼 보이기는 하지만 고장 나 보이지 않는 문을 하얀 할아버지가 빗장을 열고 들어오라고 눈짓을 하였다.
나는 대문을 지나 할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마당에 샘물에서 바가지 물을 담아 손을 꼼꼼히도 씻으시며 도끼로 나무를 패는 곳을 지나 집 오른쪽으로 돌아가시며,
“이쪽으로 오려무나.”
이곳에 이동된 후 가본 첫 낯선 사람의 집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며 눈을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오라는 쪽을 보니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고 회색 벽에 나무문이 열려있어 안을 보니 할아버지가 난로의 불을 더 세게 만들고 계셨다.
“이제 꽤 날이 추워지는구나. 이쪽으로 앉거라.”
나무 의자 하나를 내어주시며 주전자를 난로 위에 얹으셨다. 할아버지가 안에서 움직이는 동안 나는 이곳을 찬찬히 둘러봤다. 이곳의 분위기와 다른 종류의 사진들, 책에서 오려낸 것 같은 사진들이 벽에 많이 붙어 있었다. 언제 적 달력인지 모를 왠지 모르긴 해도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부터 걸어뒀을 것 같은 달력도 걸려있었고 그 달력 안에는 알 수 없는 표시들이 많이 적혀 있었다.
한쪽 벽에는 크기가 다른 톱들이 몇 개 걸려 있었으며 나무들이 한쪽에 몇 토막 쌓여 있었다. 내가 앉은 왼쪽 벽에는 책상이 있고 종이, 연필, 원기둥 모양의 나무가 사람들의 여러 모습대로 파여 있었다. 할아버지가 심심할 때 하는 작은 조각 활동인 것 같았다.
"옛다. 받으렴. 뜨거울 수 있으니 손 조심하거라.”
뜨거운 물이 든 컵을 받아 드니 내 손이 꽤 차가워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뜨겁지만 좋은 뜨거움이었다.
“그래. 어제 준 물고기는 엄마한테 잘 갖다 드렸니?”
“…..”
엄마가 없어요라고 말해야 할지, 그냥 잘 갖다 드렸어요 해야 할지,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복잡한 대답들이 튀어 오르고 있는 동안 할아버지는 내 대답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는 눈빛이었다.
“아빠에게 전해드렸어요.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사실 아빠는 물고기를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아온 것을 몹시 꺼려하셨었다. 하지만 먹을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구워 먹고 정말 맛있다고 생각하며 단숨에 먹어치웠었다.
“잘 먹었다니 내가 고맙구나. 나눌 수 있는 건 참 고마운 일이지”
“네..”
“아참, 내 소개도 제대로 못 하였구나. 내 이름은 마크란다. 너도 이름이 있겠지?”
“네.. 데이빗이에요”
이곳에 와서 누군가와 내 목소리를 내어 대화를 한다는 것도 새롭고 내 목소리를 내가 들으니 나도 반갑기도 ‘아,, 내 목소리가 이랬었지’란 생각도 했다.
“데이비드 만나서 반갑구나.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지? 그래 지낼만하니?”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걸까? 진짜 내 맘을 얘기해야 하나 아니면 인사치레의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근데 사실 진짜 내 맘이 어떤지도
이제는 모르겠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가슴에는 매일 찾아가던 까만 바위보다도
더 큰 바위가 자리 잡고 있었고
이곳 아니, 이 세상에서 나같은 사람쯤은
없어져도 되겠지.
아니, 이 세상이 오히려 더 반길 거라고 생각했고
그날이 분명 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그 믿음이 뒤집어져,
큰 파도가 세상을 덮듯,
지금의 내 세상을 덮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길 바랬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나도 모르게 새로운 마음이 자리 잡았다.
“그럴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고 싶어요’ 내 마음이 대답했다.
“그거 정말 좋은 소식이구나, 요 며칠 동안 혼자 먼바다만 바라보고 있던 터라 내심 걱정을 했었지.”
“어… 저를 보고 계신 줄 몰랐어요, 마크 할아버지.”
“나는 날씨가 허락해 준다면 늘 낚시를 한단다. 너는 바위 위에서 바다를 감상을 하고
나는 이곳의 사람들은 거의 알기에 새로운 얼굴을 보니 바로 알겠더구나. 정부에서 이곳으로 배치를 받아 왔겠구나 싶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