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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년 태극기

by 여온빛

백두산 마루

흰 아지랑이가 피어난 새벽녘


남실남실 영원한 사랑 진달래빛 구름국화

살랑살랑 꿈 많은 소녀 개나리빛 금매화


그 몽실몽실한 사랑과 꿈속에서 뒤놀고

온몸에 그 빛과 향 한가득 담아

살래살래 꽃내음 피우며


백두한라 오천 년 물줄기 산줄기 온몸에 새기고

단단한 다짐과 흔들림 없는 결의 온마음에 새기고

위풍당당 걸어오는 경신년 백두범

다림결의 용맹한 두 눈은,


백두대간 깊은 품속에서 민족의 씨앗을 싹 틔운 단군왕검의 땀을 식히러 온 봄샛바람, 건


한반도 대지를 넓히며 역사의 물결을 일으킨 광개토대왕 준마에게 쉼을 주러 온 여름하늬바람, 곤


백성을 사랑하여 마음속 고운 글씨 총총히 새기게 한 세종대왕께 한민족을 꼭 닮은 하얀 눈을 선물하러 온 겨울높바람, 감


내 목숨 천 개라도 마지막까지 다 바치리라 한반도 푸른 파도를 지켜낸 이순신장군께 노량의 결실을 알리러 온 가을마파람, 리

대한의 건곤감리바람 불어 불어 흐른다


봉오동 산야 대한의 자유를 노래하는 청청한 함성소리

청산리의 자유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총성소리

붉은 피로 지켜낸 대한의 푸른 하늘과 터는

그때도 지금도 숨쉰다

그때도 지금도 흐른다

태극은 숨 쉰다

태극은 흐른다

그저 흰 삼베옷 입고 깨끗하게 소박하게 두리둥실 사는 우리 위에



총칼도 두렵지 않아 두 손 내리지 않았다

오직 두려운 것은 건곤감리와 태극을 담은 하얀 명주천 조각 한 장 내 두 손에서 내려지는 것이다


백두마루 사랑빛과 향기로운 꿈내음을 온몸에 담아 온 다림결의 두 눈은

구름국화와 금매화보다도 아름다웠을

사랑과 꿈많은 소녀 경신년 열일곱 유관순 품속에 고이고이 간직된

붉은 피 품은 하얀 천 조각에 닿아있었구나



다림결 : 단단한 다짐과 흔들림 없는 결의를 가진 작가가 상상한 백두호랑이

* 경신년(1920년) : 1919년 3월 1일 열여섯 유관순 열사와 민족의 만세운동 이후,

홍범도가 이끈 봉오동 전투가 있었고 김좌진장군이 이끈 청산리대첩이 있었던 해.

그리고 유관순 열사가 독립운동 주동자로 체포되어 옥사되었던 해.



구름국화 : 꽃말은 영원한 사랑, 백두산의 수목한계선 2000m 이상에서 자생


금매화 : 꽃말은 꿈 많은 소녀, 함경북도 등 높은 산지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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