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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이여 내가 부러운가

by 여온빛



진시황이여

그대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긴 인생의 삶을

내가 가졌다면 내가 부러운가


그 어떤 불로초도 없이,
그 어떤 제국도 없이.

다시 눈을 뜨고,
백세를 향하여 하루를 살아간다네


그대는 금으로 칠한 궁전과
수십만 병사로 지켜낸 불멸의 권력을 가졌어도

당신의 심장을 더 뛰게 하지 못하였지


진시황이여

그대는 그토록 죽음이 두려웠는가

나는 삶이 두렵다네


긴 삶은 더 많은 아픔을 목격하는 일이며,

더 많은 이별과 상실을 끌어안는 일이며,
더 많은 외로움과 빈 시간을 견디는 일이라네


삶은 길이가 아니라 온도인 것을

하루를 살아도

백 년처럼 꽉 찬 시간을 살고 싶은 내게는

삶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미로가 더 무섭다네


때로는 출구는 보이지 않고

방향도 알 수 없으며
어디쯤 와 있는지도 모르겠는 그 길


진시황이여

불안한 영혼이여

불멸은 시간에 있지 않고

살아내는 마음에 있다네


그래서 끝없는 시간을 쥐기보다
짧은 하루를 온 힘으로 끌어안고 싶다네


그대가 얻지 못한 답을 나는 가졌지만

나는 더 어려운 생의 숙제를 풀어야 하네

그대가 그토록 바랬던 긴 생의 시간을

어떻게 온전히 견디고, 사랑하며,

아름다움을 남길 수 있을까


진시황이여

그래도 내가 부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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