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니 진짜 교육이 시작되었다 연재 중
3화
너는 스마트하다. 그래서 나는 틀렸어.
그때였다. 문자 오는 소리가 났다.
관리사무소 아저씨가 보낸 거겠거니 하고 확인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에서 온 걸 보니, 분명하다. 그리고, 확인할 필요도 없는 사진이겠지만 그래도 아저씨를 위해 확인 정도는 하고 ‘저희 아들 아니에요’라고 문자하나 넣어줘야 예의라고 생각했다. 흑백캡처사진을 하나 보니, 수진이는 잠이 완전히 깨는 것 같았다.
'어? 내 아들이 맞나? 신발이 분명 아디다스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분명 아닐 텐데.. 그런데 그건 아저씨의 착각이다. 나이키다. 사진 속의 신발이 나이키가 맞다. 헉~ 뭐지?'
피가 거꾸로 돌고 있다는 말이 이런 걸까? 여러 맘이 교차한다. 아저씨가 말했던 아디다스는 아니지만, 회색라인이 들어간 화이트운동화가 맞다. 저건 내가 사준 게 아니라, 아빠가 아들에게 준 운동화 중 하나다.
화가 나기도 전에 이게 모지?
믿음에 대한 배신, 그간 진리처럼 알고 있던 것에 대한 반란. 혼란.
'수진아, 네가 틀리고 내가 맞아'라고 이 사진은 소리 없는 승전보를 외쳐대고 있었다.
그렇다.
'내가 틀리고, 네가 맞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너! 착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너!
사진, 기술, cctv.
감정 없이 있는 것만 말하고 보여주는 너는 살아있는 내게 말한다.
‘수진아, 네가 틀렸다.’
너무 어이없이 훅 들어온, 이 생명도 감정도 없는 존재는 추호만치의 망설임도 동정심도 없이
엄청난 펀치를 아무렇지 않게 날렸고,
한대 얻어맞은 수진이는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뭔가 놓친 게 있다거나, 뭔가 오해가 있다거나, 뭔가 잘못된 게 있다는 생각으로 이 사실 같지 않은 사실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
마지막은 아들을 추궁하여 이것이 다 잘못된 정보이고, 아저씨의 착각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수진이는 어제 아들이 몇 시쯤 집에 왔는지를 최대한 기억해 보려고 했다. 수진이가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던 중간, 문자가 왔었다.
‘엄마, 친구랑 축구하고 와도 돼요?’
운동하고 오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더랬다.
친구들과 운동하면서 노는 중학생 아들이 얼마나 올바르고 건전한지.
‘그래, 어디서 축구할 건데?’
‘이 놀기 좋은 아파트단지에서’
그곳에서 아들이 친구들과 축구를 종종 한다. 그 아파트 단지 내에 좋은 축구장이 있기 때문이다.
‘알았어, 6시 전에는 들어와야 해’
‘네~’
그리고, 아들은 약속한 시간 안에서 집에 들어왔고, 부엌에서 마주친 아들은,
'엄마 잘 놀고 왔어요. 엄마 나 이제 공부도 진짜 더 열심히 할게요~.'
이렇게 스위트하게 다정한 표정으로 얘기했더랬다. 중학생이 된 후 가끔 까칠해 보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사춘기 아이답지 않고 스위트한 아들이었다. 이런 생각으로 흐뭇해했던 수진이.
사람은 본인이 무언가 잘못했다고 느낄 때 양심이라는 것이 작동하면서 그 죄를 상쇄할 만한 정반대의 생각이나 결심을 하기도 한다. 미안한 상대에게는 그런 말과 행동으로 죄책감을 떨쳐 버리기도 한다. 수진이가 보았던 스위트한 어제의 그 장면은 바로 이런 장면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또 하나의 스쳐가는 장면이 있었다.
다음 4화: 데미안의 두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