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니 진짜교육이 시작되었다 연재 중
1화
짹짹이와 101호 아줌마
신선한 아침공기가 새벽부터 이 동네의 모든 새들의 기분을 한껏 고조시켰나 보다.
이 동네 모든 짹짹이들은 오늘도 높은 가을 창공을 휘리릭~ 한껏 날며 마치 공중제비라도 보일량 에너지가 충만하다. 바다 위 공중을 벌써 몇 바퀴째 날고 왔는지 모른다.
흰구름 사이, 이른 새벽 형형색색 불빛으로 장식된 기다란 다리 위를 얼마나 많은 차들이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른다. 사람들도 짹짹이들만큼 부지런하다.
오히려 더더욱 짹짹이보다 더 한 것 같다. 아침미명부터 저 먼 곳 바다에서부터 거대한 흰 배들이 들어오는 것을 봤는데 그 배들은 어느새 항구 가까이까지 들어와 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그런 풍경이지만, 오늘 가을 공기는 뭔가 좀 더 특별하다.
휴~ 이제 좀 쉬어야겠는지 키 큰 소나무 가지로 가서 짹짹이는 앉았다.
오늘은 더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했건만, 101호 아줌마는 아직도 창문을 열지 않았다. 안에 커튼까지 쳐져 있는 상태다.
보통 이렇게 아침운동 후 쨱쨱이가 쉬는 나무에 와서 소리연습을 할 때면,
‘짹짹이 왔네.. 오늘 노랫소리도 엄청 이쁘네~ 야유~ 이뻐~~’
이 소리를 꼭 해주는데.
명창의 소리를 칭찬하는 아줌마가 없으니
노래할 맛이 점점 내려가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더 우렁차게 오랫동안 불렀는데 말이다. 이제 한 번만 더 부르고 나도 친구들 모인 곳으로 가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한 번을 더 불렀다.
창문과 커튼 너머 안에서 연한 떨림과 함께 어떤 음악소리가 난다.
'오~ 사람이 있긴 한 모양이군.'
안에서 내 소리가 아닌 다른 음악을 듣는 모양이다. 그래서 짹짹이는 오늘은 내가 생각이 나지 않는가. 약간은 서운한 맘이 올라왔지만, 오늘 아침의 청량한 기분을 날리고 싶지 않아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휘리릭~
수진이는 요새 갱년기 탓인지 몸이 예전처럼 회복이 잘 안 된다. 분명 잠은 오래 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기운도 없고, 피곤하기 만 한지 모르겠다.
벌써 이런 지가 한 달이 넘어간다. 원래 같았으면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본인의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고 가족들 먹거리부터 그날 필요한 모든 것을 꼼꼼히도 잘 챙겨주는 모범 엄마 겸 아내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한 달 전부터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에 본인도 스스로에게 지쳤다. 곧 나아질 거야. 잘 자고 잘 먹으면 삼사일이면 회복될 거야 생각했던 게 계속 날 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던 차 오늘은 정말 더더 그 일어나는 시각이 뒤로 밀렸다. 수진이의 예상과 달리 계속 그 올 것 같은 회복의 날이 오지 않고 점점 더 무기력증과 피곤함으로 본인도 겪어 보지 못한 방금 건져 올린 스펀지처럼 무거운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남편도 수진이도 갱년기인가 보다고 이 모든 증상들을 치부시키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수진이는 미국땅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후 정말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수진이는 국제학교 총책임자의 위치에서 일을 하며 집에 와서는 수진이의 가르침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와서 수업을 받는다. 그래서 수진이는 새벽에 일어나 가족들 뒷바라지 다 끝내고 학교로 간다. 가서 예배를 드리고, 학교의 곳곳을 일일이 체크하고 이곳의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 직원들이 오늘도 잘 해내고 하루를 마치기를 기도한다.
그렇게 수진이는 하루를 시작하고 수업시간 쉬는 시간 어떤 짧은 시간 일분일초를 헛되이 쓰지 않고 학교가 최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보살피고 틈틈이 돕는다.
그녀의 성격은 철저하고 빈틈없는 완벽주의자다. 그리고, 틈틈이 다른 선생님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어려운 수업들은 수진이가 자처하여 공부하고 가르친다. 선생님을 교육시키고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학교일정에 중요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시킨다.
중요한 것부터 잘잘한 것까지 모든 일들의 중심에는 수진이가 있다. 아무도 수진이의 꼼꼼함과 완벽한 하모니를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수진이는 세심하고 철저하고, 사람들을 정스럽게 잘 대하기까지 한다.
본인 스스로는 그렇게 여기지 않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일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수진이는 다음 일을 위해 스스로를 다시 새롭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그녀들의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삶은 마치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이런 일들과 사람들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 그녀의 시간을 꽉꽉 채워놓은 것 같았다. 수진이도 그 기대에 맞춰 그녀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내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하나의 부족하고 한정된 에너지를 가진 인간이 아니던가.
그녀 스스로 그녀의 한계를 느끼는 요즘 무기력이라는 단어가 그녀를 위해 이미 만들어진 것이었구나라고 느끼고 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는 남편의 존재이다. 그녀의 남편은 누구보다 수진에게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얼마나 부지런한지 그녀가 얼마나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지 그녀의 인생에 얼마나 충실한지 그녀의 인생뿐 아니라 그녀와 관련된 가족들과 주변인들에게 얼마나 정성인지 그는 그녀의 모든 생활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녀의 요즘 같은 시련이 당혹스럽기도 하고, 너무 안쓰럽기도 하다.
항상 강하고 밝기만 할 것 같은 아내에게도 연약한 면이 있는 보통 인간이라는 생각에 안쓰럽고 동정심이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수진이의 여느 때와 같지 않은 늦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도 소리 내지 않기를 단도리를 하고, 수진이의 아침일들을 그가 대신한다. 그래서 아침의 풍경이 예전과는 사뭇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도 엄마의 달라진 일상이 내심 많이 걱정되고 있지만, 그간 수진이의 스케줄과 지쳐가던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며 곧 항상 강한 엄마였기에 아픈 것이 나으면 금방 일상적인 엄마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수진이가 평소의 늦잠보다 더 늦잠이 되고 있는 중이다. 학교 아침일정도 다른 헤드티처에게 맡겨두고 요즘은 아침의 시간을 꽉 맞춰 출근을 하고 있다.
자연스레 학교에서 하는 그녀의 일과들은 그녀의 모닝부재로 인해 생략된 채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그렇게 오전시간에 여유를 두고 좀 더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겐 사치 같은 여유부림의 아침시간이다. 이런 사정을 알릴 없는 짹짹이는 그렇게 그녀의 인사를 기다리다 지쳐 본인 일을 위해 날아가버렸다.
짹짹이가 날아가기 전 들었던 그 소리는 음악소리라기 보단 반복된 소리 즉, 수진이의 전화벨 소리였다.
수진이는 이것이 아침을 깨우는 알람소리인가 하고 꺼버리려고 손을 뻗는 순간 어젯밤에 자기 전에 푹 자기 위해 오늘은 작정하고 알람을 꺼두었는데, 실수로 설정을 안 했던 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알람을 끄려고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살짝 떴는데 분명 발신번호가 들어오고 있었다. ‘편안한 내 집 아파트 관리사무소’라고 발신이 적혀있었다.
이상하다. 관리사무소에서 아침부터 내게 전화할 일이 무엇이람?
다음 편 2화 관리사무소 아저씨의 이상한 모닝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