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니 진짜 교육이 시작되었다 연재 중
5화 남편의 꿈
며칠 전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늘 하던 대로 기도를 하고 식탁 테이블에 앉았다.
예배를 드릴 차례이기 때문이다. 성경책들이 사람 수대로 펼쳐져 있었다. 그녀의 아침 풍경이다.
하지만, 요새 들어 바빠졌다는 핑계로 예배를 스킵하고 간단한 기도로 대체했었다. 수진이는 이런 핑계를 너무 싫어한다. 스스로 본인의 생활변화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지난주부터 다시 매일 예배를 매일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다짐하며 실행하려고 노력 중이다.
바쁜 아침이지만,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아침예배를 반드시 함께 드리고 아침식사를 잘 먹고 각자 갈길로 갔다. 그런데 다시 한국에 와서 바랐던 일을 하게 되었지만, 바빠도 너무 바빠졌다고 생각했다.
수진이는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왔다. 수진이의 엄마도 그렇고 외가댁 가족들 대부분이 교육자이다.
수진이는 사실 교육자는 되고 싶지 않았지만, 외가댁의 재능을 이어받았는지 대학교, 대학원에서 전공도 부전공도 다 교육자로서 도움이 될 공부를 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교육열이 세다는 대치동에서 소위 잘 나가는 강사로 많은 연봉을 벌어왔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수진이는 내심 한국에 다시 돌아가면 국제학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훗날 좋은 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가 그녀를 몹시 기다렸다는 듯 국제학교 여기저기서 그녀가 와서 일하고 학교를 발전시켜 주길 바랐다. 그녀는 여러 제안 중에서, 한 국제학교의 임원이 되어 모든 교육적인 결정권까지 거머쥔 그런 포지션으로 가게 되었다.
"수진아, 오늘 꿈꿨어?" 수진이의 남편이 물었다.
"아니, 특별하게 기억나는 게 없는 거 보니까 안 꾼 것 같아, 오빠는?"
"나는 오늘 신기한 꿈을 하나 꿨어."
수진이는 내심 좋은 꿈 내용을 기대하며 그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꿈에서, 내가 어떤 방에 있었는데 그 방은 마치 일반적인 집의 방이 아니라, 위에 천장이 뚫린 방이야.
그러니까, 마치 전시회장에 있는 부스 같은 방이었어. 그런데 그 안에 엄청 큰 까만 뱀 한 마리랑 실같이 가늘고 작은 흰 뱀이 하나 있는 거야. 그래서 그 방문을 닫고 나왔는데, 수진이가 그 방에 모르고 들어갔어.
그래서 내가 '수진아, 거기 들어가면 안 돼!'라고 말했어. 수진이가 안에 있는데 아나콘다처럼 큰 뱀의 얼굴이 수진아 얼굴이랑 부딪친 거야. 그래서 수진이가 충격을 받고 '아!' 소리를 쳤어."
"엥? 그다음엔?"
"모르겠어. 그다음엔 깼어."
아.. 뭔가 찜찜하다. 그래서 수진이는 본인아 요새 기도를 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깊은 기도의 횟수도 줄어들었고, 가족예배시간도 예전만 못해서 영적으로 정신 차려야 하는 의미로 남편에게 주신 꿈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느 날 죽도록 힘들었을 때 기도를 했고 그 후에 신앙이 시작되었다. 기도의 힘이 이 세상 그 어떤 힘들보다 크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어떠한 해결책도 소망도 없을 때, 기도가 그녀를 살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수진이는 기도하는 아내, 기도하는 엄마로 알고 있다. 그만큼 수진이의 아이덴티티는 기도이다.
그 꿈 이후 수진이의 기도 덕일까. 그 큰 뱀의 존재가 드러난 듯하다. 아들을 통해서. 그것이 수진이의 얼굴을 치고, 충격을 준 것이다. 수진이는 늘 그런 식의 사고를 한다.
그렇다. 아들이 저지른 악 자체를 본질적 악으로 보지 않고 그 아들을 괴롭히 존재를 멸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를 내 준 연약한 아들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이 아들이 강해져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이제 하나님께서 수진이에게 주신 신호들을 잘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간 한국에 와서 아들의 생활과 학교에 대해 일어났던 일상들이 또다시 주마등 같이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이번 학기까지만 학교를 다니고 그 후 다른 방법으로 공부하면 어떨까 고민했던 아들과의 대화. 수진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빠른 시기에 학교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항상 남들에게 흔하게 일어날 수 있지만, 난 아닐 거야. 했던 일들은 어김없이 수진이에게도 일어났었다.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금기생각. '난 아닐 거야'.
자신의 오판과 오만으로 가슴이 한번 더 아려왔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지나가듯 겪고 괜찮아졌듯이 '나 또한 잘 지나가리라. 그러니, 괜찮아.'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마음이 문제지.
낙심하거나, 앞이 깜깜할 때에도 마음을 잘 추스르고 길을 찾는 자들에게 언제나 길은 놓여 있다.
수진이는 믿었다. '분명, 길이 있을거야.'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