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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관리사무소 아저씨의 이상한 모닝콜

학교를 그만두니 진짜 교육이 시작되었다 연재 중

by 여온빛



관리사무소 아저씨의 이상한 모닝콜


이상하다. 관리사무소에서 아침부터 내게 전화할 일이 무엇이람?

너무 어울리지 않는 시간대에 너무 어울리지 않는 발신자 이름 때문에 오히려 넘기지 않고 받게 되었다. 목소리를 최대한 가다듬기 위해 애썼다.


늦은 아침까지 정리되지 낳은 잠에서 깬 듯한 목소리를 누군가에게 들려준다는 것이 수진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편안한 내 집 아파트 관리 사무소입니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하지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 전화드렸습니다.’


‘ 네, 뭔데요’


‘거기가 2008동 101호 맞지요.’


‘네 맞습니다’


‘거기에 중학생 아드님이 있지요?’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네.. 아… 그게요.. 더 확실하게 확인하고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아드님이 혹시 담배를 피웁니까?’


이건 또 아침부터 무슨 봉창 두드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듣는 순간, 수진이는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담배라는 존재와 거리가 먼 아들인지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과 그 아들을 어떻게 키워왔고 어떤 교육을 받아왔는지.

빠른 주마등이 휘~릭 지나갔다.


수진이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신앙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수진이는 항상 새벽 일찍 일어나 한시간 이상씩 기도와 말씀을 읽고, 아이들이 깨면 꼭 아침예배를 드린 후 아침을 먹고, 학교를 간다. 자기 전에도 항상 모여 성경을 읽고, 예배를 드리고, 그날 하루를 리뷰한다.


빼먹은 적 없이 항상 이렇게 해왔다. 자신이 힘들었을 때 본인을 다시 일으키고 가족을 일으킨 것이 바로 그녀의 신앙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이 신앙의 재산이 그들의 삶 가운데 빛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그녀는 꾸준한 영적양식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었다.


다만, 요새는 수진이의 컨디션으로 인해 원래 하던 것 같이 진행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함께 했던 이 모든 시간이 있는데 그녀의 아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연루될 일도 없다.


세상에 이보다 어이없는 질문은 없다. 얼마 전 있었던 일도 동시에 머릿속을 지나갔다.


차 타고 이동 중에 조수석에 앉은 수진이는 아들과 남편의 대화를 들었었다.


아들은 왜 저렇게 아침에 밖에 모여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아빠에게 물었다. 그 풍경을 보면서 왜 상쾌한 아침을 담배로 시작하는 건지, 그 냄새를 다른 이들이 지나가면서 간접적으로 맡으며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은 괜찮은 건지에 대해 얘기했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뿐 아니라, 몇 달 전 친척 집에 갔을 때 거기 방에서 친척 중 누군가가 전자담배를 피우던 것을 보고 집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던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던 아들의 모습이 스쳐가면서 아이가 얼마나 담배와 상관없는 올바른 이미지의 아들인지가 다른 한쪽에서 자랑스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이 관리사무소 아저씨가 이런 아이를 모르고 누구와 착각하고 이런 말을 아침부터 귀찮게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며 수진이는 통화를 이어갔다.

‘중학생 아들은 있긴 한데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수진이가 대답했다.


‘아~ 혹시 아드님이 어제 5시쯤 귀가했나요?’ 아저씨가 물었다.


‘아…(아직 잠에서 덜 깬 걸까. 기억이 없는 걸까. 기억이 바로 나질 않는다) 정확한 시간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데 아무래도 학교 끝나면 그 시각 앞뒤로 귀가하긴 합니다.’ 수진이가 말했다.


‘그러면 혹시, 어제 아이가 교복을 입고 있고 운동화는 회색 와 흰색이 섞인 아디다스 신발인가요?’


그 관리실 아저씨가 멈추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수진이도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휴~ 이 가치 없는 대화는 수진이에게 잘못 걸려온 것이 틀림없음을 확신했다. 수진이의 아이들은 나이키신발만 신지 아디다스신발을 아예 가지고 있지도 않다.


‘아니요, 저희 아이는 아디다스운동화가 없는데요, 잘못 전화하신 것 같으세요.’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댁의 아들일 수 있는 아이가 아파트 공동화장실에서 전자담배를 흡연하고 훈계하려던 참에 도망가는 것을 cctv로 확인했는데, 그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제가 캡처한 사진 한 장 보내드릴 테니 확인해 보시고, 문자 하나 주세요. 감사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문자를 기다렸다. 아저씨는 틀렸지만 예의 상 수진이는 그의 문자를 기다렸다. 수진이 방 밖에 인기척이 들린다. 아직 아들이 학교 가기 전이다. 신발 신는 소리가 나더니 현관문을 띠리릭~ 여는 기계 소리가 난다. 급히 이 순간을 놓칠세라 방문을 열고 나간 수진이,


‘아들~ 일루 와 봐’


‘나 지금 학교 가야 하는데’


‘응 알아, 잠깐이면 돼’


이참에 그래도 아들 가방 한번쯤 확인해 봐야 했다. 그리고, 순간 현관에 벗겨진 아들의 신발을 확인했다. 올화이트 나이키운동화다. 역시 내 아들.


내가 뭐 하러 가방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는가. 아들은 신발이 몇 개 있다. 저 올화이트 나이키운동화는 내가 사준 운동화고, 나머지 두세 개는 아빠가 나이키신발을 컬렉트 하던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것들 중 아이 발에 맞는 몇 개를 준 것이다.


'가방 좀 볼게~'


가방에 있는 앞 보조포켓부터 책들이랑 프린트 몇 개 있는 것들을 넣는 부분들까지 다 봤다. 꼼꼼하게 본 건 아니라, 그래도 봐야 할 것 같아서 대충 봤다. 그랬더니, 특별한 물건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엄마, 왜 그래?’


‘어, 아무것도 아냐, 누가 가방을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본 것뿐이야, 요새 학교에 별일 없지?’


‘어, 없어. 똑같지 모’


‘그래, 학교 생활 재밌게 하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가르쳐 주시는 거 잘 듣고’


‘응~ 이제 가도 돼?’ ‘어~ 잘 다녀와~’


그때였다. 문자가 오는 소리가 났다.


다음 편 3화 너는 스마트하다 그래서 나는 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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