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의 갈등
여러분들은 사랑과 우정 사이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실 건가요?
저는 우정이었습니다.
인생 질문 중 클리세 같은 질문인 사랑과 우정사이의 선택입니다. 살아가면서 적어도 한 번은 겪을 일이죠. 저는 이런 일들이 참 많았는데 언제나 우정을 선택해 왔었습니다. 몇 안 되는 친구들이 너무 소중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 겪었던 따돌림과 따스한 손길을 잊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소중했습니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둘 다 상처가 남는 건 맞지만 다른 점은 사랑 뒤엔 미련이 있고 우정 뒤엔 상처만 있었습니다. 돌아섰을 때 더 아픈 건 우정이었습니다. 평생 곁에 있어줄 것 같았거든요. 나의 길을 응원해 주고, 힘들 땐 힘을 북돋아주는 사람이 친구고 우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친구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우정이란 무엇이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겐 따스한 손길을 내어주었던 소중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늙어서도 평생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각별히 신경 쓰기도 했습니다. 앞선 이야기를 보면 결국 이 친구들을 잃고야 말았습니다. 복잡한 일들이 엮여 있습니다. 우선 제가 우유부단해서 갈등 사이에서 확실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 친구들을 잃을까 당시 남자친구를 홀대했던 것,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난 것, 결국엔 배신감에 사로잡혀 마음의 병이 걸려버려서였습니다.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리라 굳게 믿었습니다. 그들이 힘들어하면 불러서 달래고, 만나자고 하면 피곤해도 만나고, 술도 함께 하며 곁을 지키며 친구로서 도리를 다 했다고 그래서 그들도 그럴 거라고 믿었습니다. 정말로... 평온하던 여름날이었을까요? 조금 쌀쌀했으니 봄이었을 겁니다. 헤어졌던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면서 이제는 친구에게 "얘 정말 든든해졌어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잘해줘"라고 말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친구를 만나 재회의 소식을 알리자마자 하늘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땅이 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 남자친구의 과거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죠.
당시 남자친구는 중학교 시절 제 첫사랑이었습니다. 보잘것없었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인기도 없는 저를 순수하게 좋아해 주었고 저도 그만큼 좋아하던 친구였고 성인이 되어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런 남자친구의 안 좋은 소식을 갑자기 듣게 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된 저는 그저 패닉상태였습니다. 그 누구의 조언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제 잘못이 아니라 해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사랑과 우정 모두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웠습니다.
저를 둘러싼 그들의 갈등은 계속 됐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나쁜 말을 참아내야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저는 사랑을 포기했습니다. 사랑은 미련이 되었고 가슴에 상처는 지속되었습니다. 모든 일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워져서 무슨 일이든 확신을 받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상태에 이르렀고 어느 순간 버스를 타는데 심장이 떨리고 자려고 누웠는데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시작되었고 힘든 마음에 친구들에게 기대곤 했습니다. 사실 저는 사과를 받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대신 그들에게 힘든 마음을 기대고 싶었습니다. 힘든 증상과 마음을 이야기하던 어느 날 친구 중 한 명이 "사실 네가 그렇게 하는 증상 잘 이해가 안 되고 계속 얘기해 줘도 모르겠다."라는 말에 더 상처를 받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졌어요.
평생일 거라 굳게 믿었던 마음은 반쯤 사라지고 '나도 조금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