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 에세이는 영국 출신 지리학자이자 동시에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하비의 비교적 최근작인 [세계를 보는 눈]의 주요 논점들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데이비드 하비는 지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부터 40여 년 동안이나 뉴욕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마르크스의 고전 [자본]을 강독해 왔다. 그를 검색해 보면 생애와 사상이 잘 요약되어 있으니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책의 서론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하비는 서론에서 중국에서 들려온 놀라운 뉴스로 시작한다. 미국지질조사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시멘트 66.51톤을 소모했으며, 이는 1990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에서 사용한 44.05톤과 비교된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으며, 이것은 어떤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결과를 불러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중국 경제는 2008년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의 수출산업이 역경을 맞은 것이다. 주된 이유는 중국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수백만 가구가 집을 압류당하거나 당할 위기에 처했으니 그들이 쇼핑몰로 달려가 소비재를 사들일 수가 없었다. 2001년과 2007년 사이에 일어난 부동산 호황과 거품은 2001년 '닷컴(dot-com): 인터넷을 통하여 형성된 기업과 시장' 주식시장의 붕괴에 대한 대응의 결과였다. 2008년 미국 남서부와 남부의 주택시장에서 생겨난 위기는 2009년 초 중국의 산업지대에서 수백만의 실업자를 만들어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은 용케도 1년 동안 약 2,7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들은 마치 미국의 루스벨트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런 것처럼 국가 차원에서 물리적 기반시설 확충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유도했다. 이 기반시절들은 동부 연안의 활기찬 산업지구들과 거의 저개발 상태인 내륙 간의 통신 연계를 구축함으로써, 또 그동안 고립되어 있던 남부와 북부의 산업 및 소비시장 간의 연계성을 높임으로써, 중국 경제를 공간적으로 통합하도록 설계되었다.
세계사에서 경제위기의 조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이러한 대응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나폴레옹 3세는 경제적 충격과 1848년 혁명운동 이후 1852년 파리에서 오스만에게 도시의 재건을 통해 고용을 회복하도록 했다. 미국 역시 1945년 이후에 향상된 생산성과 잉여화폐의 대량 투입을 통해 모든 주요 도시들의 교외지역과 대도시지역을 조성하도록 했고, 각 주와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체계를 구축하여 남부와 서부를 국가경제에 통합한 것도 그와 유사한 사례이다.
중국이 주도한 투자의 연쇄효과는 엄청났다. 중국은 2008년 이후 세계 구리의 약 60퍼센트, 철광석과 시멘트의 절만 이상을 소모했다. 원료 수요의 지속적 증가 덕분에 광물, 석유, 농산물을 공급하는 모든 국가들이 2007-8년의 충격을 빠르게 털어내고 급성장했다. 그리고 중국에 고품질 장비를 공급한 독일 역시 번창했다. 중국인들은 어떻게 이런 일을 했는가? 기본적인 답은 간단하다. 그들을 부채로 금융지원을 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은행에 어떤 위험이 따르던 무조건 대출해 줄 것을 명령했다. 그 결과 부채는 2008년 이후 2배가 되었다.
중국의 경우 부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부도나 신용위기에 처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리스와 달리 달러나 유로가 아니라 런민비(위안화)로 빛을 졌다. 중국의 중앙은행은 외환 보유고가 넉넉하며 자국의 화폐를 임의로 찍어낼 수 있었다. 중국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자국의 경제를 견인했던 레이건처럼 적자와 부채는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2014년경 대부분의 지방행정 당국은 파산했고, 비수익프로젝트에 대한 은행대출의 총체적 과잉 확대를 감추기 위해 유사금융체계가 성장했으며, 부동산시장은 사실상 투기적 폭발성을 가진 카지노장이 되었다.
중국은 과잉투자와 급증하는 부채에 대하여 그리고 잉여자본의 처리라는 당면과제에 어떠한 대처방법을 제안했을까? 그 답은 시멘트 사용 실태 자료만큼이나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중국은 1억 3000만 명이 살 수 있는 단일 도시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부채융자에 기반을 둔 이 프로젝트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켄터키주보다 크지 않은 지역을 고속 교통과 통신망으로 한데 묶는(마르크스가 언젠가 말한 '시간을 통한 공간의 절멸'로) 사업으로, 자본과 노동의 잉여분이 미래로 흡수되도록 설계되었다.
2013년 8월 카자흐스탄에서 발표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제안은 소위 일대일로(一带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서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육해공으로 잇는 인프라·무역-금융-문화 교류의 경제벨트) 정책으로 공표되었다. 이 정책에 들어가는 나라는 155개국이며, 세계 인구의 75프로, 세계 GDP의 절반 이상에 추진 기간도 150년에 달한다. 그러면 다시 원래의 물음으로 돌아가자.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변은 '자본축적의 재생산이 이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익숙한 독자는 하비의 이런 대답에 로자 룩셈부르크의 [자본축적론]이란 책이 떠오를 것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팽창해야 축적이 가능한 자본의 본질을 경제적으로 분석하고, 자본 팽창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 이를 증명하면서, 그 종착지가 전 세계 차원의 사회주의라고 명확하게 주장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정책 역시 목표는 동일하다. 그러나 평생 낡은 이데올로기적 사유를 벗어나려고 노력해 온 저자는 우선 지리학적 관심에서 우리의 지리를 만들고 새롭게 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인간생활과 지구환경에 미친 결과를 이해하기 위한 틀(framework)을 찾기 위해 쓴 글들로 이 책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하비의 글을 따라가면서, 그가 바라보는 세계를 보는 눈이 미래한국에 어떤 조언을 할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