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눈 3

자본주의적 축적의 지리학: 맑스 이론의 재구성

by 박종규

저자는 자본주의의 자본 축적에 관하여 [공산당선언]에 서술된 부분을 인용하면서 이 장을 시작한다. "부르조아 계급은 자신이 만든 생산물의 관로를 끊임없이 확장하려는 욕구 때문에 지구 전체로 내몰린다. 부르조아 계급은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려야 하며, 곳곳에 정착해야 하고, 곳곳에서 연계를 갖추어야 한다... 모든 낡은 국가적 산업이 소멸되었고 또 나날이 소멸되고 있다. 이 산업들은.. 새로운 산업의 도입에 의해 밀려나고 있는데, 이 새 산업은 국내의 원자재를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멀리 떨어진 지역의 원자재를 가공하는 것이며, 그 나라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대륙에서도 동시에 사용되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맑스와 엥겔스는 자본주의가 속성상 잉여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는 시장 확대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되며, 따라서 자본은 국경·전통·문화 장벽을 넘어 새로운 노동력, 원료, 시장을 찾아 나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세계 체제가 형성되고, 사회·경제·문화 전반이 자본주의적 논리에 포섭된다고 보았다. 이런 시각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의 세계화 과정을 요약하면 1) 상업자본 단계: 원시적 축적: 식민지 약탈, 노예무역, 금·은의 강탈, 자본주의 태동기에서 유럽 중심의 세계 무역망 형성. 2) 산업자본 단계: 산업혁명으로 생산력 급증, 식민지와 반(半) 식민지를 원료 공급지와 상품 시장으로 종속, 노동자 계급의 국제적 형성, 3) 제국주의 단계: 독점자본·금융자본의 결합, 세계를 분할하는 제국주의 전쟁 발생, 세계화는 곧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이자 모순이 극대화되는 시점. 4) 현대 신자유주의 단계: 금융자본과 초국적 기업이 전 지구적 생산·금융 네트워크를 지배. 노동 착취는 국경을 넘어 확대(저임금 노동력,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이윤율 저하, 금융 위기, 기후 위기 등 구조적 모순 심화의 단계로 정리된다.

반면에 일반 경제학의 관점에서 자본주의 발전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상업 자본주의 (16~18세기):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은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무역망을 구축. 향신료, 은, 금, 노예무역 등을 통해 세계적 교역이 본격화. 식민지 개척은 세계 자본주의의 초기 기반이 됨. 2. 산업 자본주의 (19세기): 산업혁명으로 기계 생산과 대량생산 체제가 확립, 원료 공급지와 상품 시장 확보를 위해 제국주의 식민지 경쟁이 심화, 국제 무역과 금융 시장이 급격히 확장. 3. 제국주의와 금융 자본주의 (19세기말~20세기 초): 레닌, 힐퍼딩 등이 분석했듯, 독점적 대기업과 금융자본의 결합이 세계를 분할·지배,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의 배경이 됨. 4 전후 자본주의와 냉전기 세계화 (1945~1980년대): 미국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 수립 IMF, 세계은행, GATT로 자유무역 체제 강화, 냉전으로 인해 ‘자본주의 진영 vs 사회주의 진영’의 이중 구조 속에서 자본주의 진영 내 통합 심화. 5. 신자유주의 세계화 (1980년대~현재): 소련 붕괴(1991) 이후 자본주의가 사실상 전 세계적 질서로 확산, WTO 출범(1995), 금융 자유화, 초국적 기업의 지구적 생산 네트워크 형성, 글로벌 공급망, 정보통신 혁명, 금융화로 전 지구적 자본 순환이 가속화.

맑스와 엥겔스는 이미 자본주의의 시장경제가 그 속성상 자본의 축적을 위해 세계화될 것을 미리 예측했다. 그러나 저자는 자본축적에 관한 맑스 이론의 지리학적 차원은 너무 오래 무시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맑스 자신의 잘못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스의 미완성 작업을 신중하게 살펴보면, 본질적인 이론화와 역사적 해석과 관련된 사상의 발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열쇠는 자본축적의 시간적 역동성과 생산, 교환, 소비의 새로운 공간적 편성의 생산 간 관계를 해명하는 일이다.


지리학자인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맑스주의 언어로 표현하면, '공간의 생산은 생산력'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은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자기 주장의 근거가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 저자는 맑스의 방법을 개념적 구성요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경제 위기 형성의 역동성, 고정자본의 순환, 신용체계의 작동, 이들 모두는 '사용가치'와 '가치'같은 개념의 유믜미한 재구성을 유도한다. 둘째, 공간과 지리에 관한 고려는 맑스의 문헌 증거에서 풍부하다. [자본]의 앞 장들은 이런 공간적 개념(공동체, 장소, 세계시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일례로 '화폐란 상품에 내재된 사용가치와 가치 간 대립을 발전시키는 교환의 역사적 과정과 확장을 통해 필연적으로 형성되는 결과라는 서술이 있다.

맑스는 공간상의 교통이 '가치생산적'이라는 점, 공간적 장애를 극복하는 능력은 '생산력'에 속한다는 점, 세부적인 사회적 노동분업은 공간에서 노동자의 집적과 생산력의 집중에 좌우된다는 점, 노동생산성의 차별화는 자연적 차별화에 근거를 둔다는 점, 노동적 가치는 지리적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는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하여 교통관계와 공간적 통합은 시간에 의한 공간의 절멸로 이어진다. 이게 무슨 말일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자본순환이 시간을 인간활동의 근본적 차원으로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가치의 본질을 형성하며, 잉여노동시간은 이윤의 원천이 되며, 사회적으로 필요한 회전시간에 대한 잉여노동시간의 비율은 이윤율과 궁극적으로 평균 이자율을 결성한다.


하비의 시각에 띠라 필자가 잘 알고 있는 한국 대학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2023년 사립대학인 한국외국어 대학의 전임 교원 강의 비율은 47.6%에 그치며,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의 경우 전임 교원 강의 비율은 49.4%로 전체 4년제 대학의 평균인 64.8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2025년 현재 대학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80-85%에 해당된다. 결국 대부분의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의 이윤은 비전임교수 혹은 강의전담교수의 잉여노동에 의존한다.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사립대학 비정년트랙 교원의 평균 연봉은 4,307만 원으로, 정년트랙 교원(평균 8,397만 원)의 절반 수준이며, 국공립대학 강사의 시간당 평균 강의료는 약 9만 원대이며, 사립대의 경우 14년 만에 강의료를 인상한 것이 시간당 6만 원 수준이다. 가장 고급 지식(결국 임금으로 환산 가능한)을 취급하는 대학이 비전임교수의 지적 잉여노동에 의존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면 일반 기업의 사무원과 노동계자의 잉여노동은 어떠할까? 공산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주의 국가의 복지 정책의 기본은 교육, 의료, 근로 복지이다. 그러나 한국의 고등 교육 예산은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함께 초중등 교육 예산보다 낮은 국가이다.

한국의 인문계 출신 박사의 상당수는 수십 년간 정규직 교수와 달리 강의전담교수(시간강사와 달리 방학에도 평균 임금이 지급됨)나 비정년트랙교수란 이름으로 평균 9시간 이상을 강의하면서도 240-350만 원 정도의 수입으로 버티고 있다. 온갖 미디어에서는 AI 산업이 숙련된 인문학자를 필요로 한다고 말하면서도 AI 인재 양성 교육에 얼마나 많은 인문학 박사들이 투입에 대한 어떤 정책적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학생들이 점점 미디어나 AI 어플을 통한 검색이나 자료에 의존하기에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걸러내는 훈련마저 되어있지 않는 형편에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정치인도 드물다. 반성적 사고의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은 저절로 AI의 노예가 될 것이다. 이야기가 다른 곳을 흘렀다. 마지막으로 하비의 결론을 들어보자.

대부분의 좌파이론(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이론 외에), 특히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에 지리학적 관점이 빠져 있다는 사실은 1070년대 초 급진적 지리학의 뜨거운 논제였다.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착취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이론들과, 한 영토의 사람들이 다른 영토의 사람들을 착취한가는 데 초점을 둔 이론들 간에는 어색한 관계가 있었으며, 이는 레닌 조차 해결하지 못했다. 프랑스의 라 꼬스떼와 앙리 르페브르 주변의 지리학자들처럼 미국과 영국의 맑스주의 모임에 속한 여러 학자들도 이런 결함을 치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뾰르드 끄로뽀뜨낀과 엘리제 르끌뤼의 저작에 바탕을 둔 지리학의 아나키즘(무정부주의)적 전통은 주류 맑스주의보다도 공간, 장소, 환경 문제에 훨씬 민감하게 접근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장은 여기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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