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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리아 Jan 31. 2022

How  do you feel today?

잠들 수 없는 밤이 이어지고 우울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머릿속엔 정리되지 않는 생각만이 맴돌아 엉켰다.

오늘 기분이 어때요? 하고 누가 물으면 좀처럼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나의 어둠을 가볍게 내보이는 일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어색한 웃음으로 당신은 어떤가요? 하고 질문을 되돌려 주었다. 그런 나날과 밤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고 길게 이어졌다.


사는 게 지겨워질 무렵,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변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대체 이 우울의 근원이 무엇일까. 이유야 수없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기질이었다. 내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는 병원을 찾았고 약을 먹었다. 그리고 일상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움직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사실 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변할 수 있겠어.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삶 자체가 외로움 덩어리인데. 이 지옥에서 어떻게 쉽게 벗어날 수 있겠어. 그런 생각만이 나를 지배했다.

나의 변화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만은 하지 않았다. 내가 나를 놓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아주 미미한 변화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잘 알아차릴 수 없었다. 아주 작은 변화들이었으므로. 피곤하게 움직인 날이면 잠을 잘 잤다. 몸에 배어버린 의무적 배려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이타심이 생겼다. 타인을 겁내지 않기 시작하며 대인기피증이 숨길 수 있는 낯가림으로 변했다. 어색한 웃음이 아닌 진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일요일 오후, 나를 위해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2주 차 수업시간에 작가님이 내게 물었다.

“진아 씨, 지금 기분이 어때요?”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즐거워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유익한 글쓰기 강좌를 듣는 시간이 정말로 즐거웠다. 간혹 작가님이 보여주는, 어쩌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슬픔’에 대한 감정조차 즐거웠다.


세상은 나와 닮은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엉켜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잘 숨기고 산다. 그리고 잘 표현하며 산다.

나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아직은 공감을 하는 입장이지만 언젠간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작은 희망도 생겼다. 

아주 조심스럽게 꾸미지 않은 진짜 즐거움이 내 인생에 만연해질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한다면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신, 오늘 기분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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