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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Aug 19. 2024

요가로 시작하는 아침

8년 직장생활 끝에 찾아온 달콤한 휴직 기록 4

직장 근속연수와 나이는 원하지 않아도 점점 쌓여가지만, 반대로 체력과 건강은 조금씩 새어나가고 있었다.

특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끼던 20대 후반부터는 필라테스를 다니기 시작했다. 비용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모두 적지 않은 투자였지만 이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진짜 회사도 다니기 힘들 것 같은… 정말 살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었다. 필라테스 실력은 신기하게 조금씩 느는 것 같다가도 1달 정도만 잠시 쉬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항상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래도 나 자신에 집중하면서 하는 근력운동은 나름 잘 맞았고 체형 교정에도 조금은 덕을 보았던 것 같다. 거의 7년째 필라테스만 주야장천 했었는데 이렇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새로운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역시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 하는 법. 30대에 접어들자 친구들이 하나둘 골프와 테니스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할까도 싶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휴직을 하면서 이제 씀씀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뭘 해볼까 고민하다가 예전 출근길에 우연히 요가매트를 들고 청소년 수련관을 향하는 여자들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집 근처에 바로 청소년수련관이 있는데 규모도 크지 않고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겠지 생각하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회사 출퇴근만으로도 벅찼던 시기였으니까. 무튼 청소년수련관 프로그램을 찾아보니 정말 성인 요가가 있었다. 월수금 10시 한 달 45000원. 늦잠방지를 위한 시간과 적당한 가격대 모두  맘에 쏙 들었다. 신규회원 등록은 쉽지 않다는 후기들을 보았지만, 오픈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결제까지 성공했다.


사실 요가는 완전히 새로운 운동은 아니었다. 코로나 시기에 종종 혼자서 해왔던 운동이었다. 그때는 지방에서 근무하던 시기라 주말부부를 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제공해 준 사택의 작은 방 한 켠에서 지냈었다. 퇴근하고도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사람들도 만날 수 없었던 코로나 시기여서 집순이인 나까지도 몸이 답답하고 찌뿌둥했었다. 유튜브에서 여러 요가들을 검색한 끝에 ‘서리요가’의 선생님이 나랑 잘 맞아서 그때부터 종종 유튜브에서 요가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나의 잘못된 자세들을 족집게처럼 짚어내는 것을 보고 깜짝깜짝 놀랐다. 필라테스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더 힘든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덜 힘든 것 같기도 했지만, 우선 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졌다. 자연스럽게 요가는 명상으로 이어졌다. 회사 다니면서 평가보고서 작성에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가 있었는데 항상 출근해서 5분 정도 조용히 명상을 하고 일을 시작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렇게 마음속에서는 가까운 요가였지만 어디서 배워본 적이 없었기에 첫날은 긴장되고 떨렸다. 혹시 혼자서만 못해서 주목받으면 어떡하지, 다들 요가 고수들만 오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들과 두려움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요가 첫날부터 좋았다. 집에서 혼자 해오던 동작들도 많이 있어서 친숙해서인지 처음 치고도 잘 따라했다. 새벽시간은 조금 지난 시간대라 수강생들은 대부분 4-50대 어머님들이 대다수였고, 나 같은 30대 여자들이 간혹 가다 하나씩 보였다. 어딜 가든 보이는 고수 어머님들도 계셨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필라테스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빡세게 하는 근력운동이라면, 요가는 체력단련과 정신 수양을 같이 하고 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4월부터 시작한 요가는 5,6,7월까지 4개월 동안 꾸준히 다니고 있다. 요가와 함께 맞는 아침이 이제 일상이 되었고 괜스레 요가가 없는 화목이 아쉬웠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과 같은 공지를 보게 되었다. 8월 한 달 요가 휴강이라는 공지문이었다. 체육관 내부 리모델링으로 인해서 8월 한 달 동안 휴강한다는 소식이었고, 요가 없는 내 삶을 상상해 보니 너무 텅 비어 보였다. 뭐라도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조바심과 채우지 않으면 한 달이 그냥 날아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급하게 테니스를 배워볼까. 무더운 날씨 산책 대신 헬스를 해볼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돌았지만 어느 하나 뭔가 딱 꽂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소규모로 하는 화목 8시 요가반은 다른 작은 체육관에서 8월에도 그대로 진행을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바로 수업등록을 했다. 이렇게 나는 시간대를 8시로 옮겨 화목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유칼립투스나 레몬향이 나는 나는 아로마 오일을 뿌려주었고 상쾌하게 요가를 수양했다. 원래는 36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반에서 20명 내외의 소규모 반으로 옮겨오니 아늑한 분위기에서 요가 동작을 따라 하기가 더 수월했다.


이렇게 8월에도 다행히 요가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비어있는 월수금 아침에는 유튜브로 요가를 하면서 빈틈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어느덧 나의 일상에 자리 잡은 요가가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요가와 함께 시작하는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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