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 Oct 13. 2022

비만 오면 워터파크가 개장되는 인도

자동차를 위한 수영장을 찾고 있으세요? 인도로 오세요!

오랫동안 인도에 있었지만 우기에는 인도에 있던 적이 없었다. 우기가 있긴 했던 거 같은데 실제로 겪지는 않았으니 지금까지 비가 오면 얼마나 난리가 나는지 모르고 지냈다.

이번에는 이상기온으로 10월 초에서 중순까지 비 오는 날이 많아 “비 오는 날, 날 것 그대로의 인도“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는데… 혼돈 대혼돈의 시간이었다.


혼돈 대혼돈의 시간이었다.


인도에는 비가 오면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고는 하는데, 도로가 움푹 파이기도 하고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도로에 물이 고이는 일이 잦다.


워터파크 개장

문제는… 인도에서는 비가 오면 밖에 절대 나가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길가에 버려져 있는 온갖 쓰레기가 빗물과 한 데 섞이거나 하수도가 역류해서 갈색 물이 고이는데 어쩔 수 없이 신발에 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온갖 병균이 섞인 물이라서ㅠㅠ 피부가 약할 경우 빨갛게 두드러기가 난다.


비 오는 날 인도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자동차 바퀴는 빗물에 푹 잠기고, 사람들은 젖는 걸 포기하고 웅덩이를 첨벙첨벙 걸어 다닌다. 마치 자동차를 위한 워터파크가 개장한 것 같은데 “침수 차량은 기본이지 않을까…?” 싶다.


인도에서는 우산을 쓰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일기예보를 보지 않는 건지 비 맞은 생쥐처럼 홀딱 젖은 채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 오는 날 릭샤

이런 상황에 신이 나는 건 릭샤 드라이버들이다. 릭샤 드라이버들은 비 오는 날에 가격을 뻥튀기 하여 한 건할 생각으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발로 뛰며 지하철 입구에서 모객행위를 한다.


비 오는 날 신난 릭샤왈라들


발이 묶인 사람들과 신난 릭샤 운전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은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아 발이 묶인 채로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는 릭샤 운전수한테 못 이기는 척 릭샤를 타기도 한다.


비 오는 날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칼치기 + 도로 사정 + 빗물” 이 세 개가 겹쳐서 교통체증이 배로 심해지는데… 원래는 1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넘게 트래픽에 갇혀서 시간을 낭비하고는 한다.


우천 시 워터 파크 개장하는 인도 도로


차 속에서 멍 때리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새로운 광경을 보곤 한다. 오토바이는 타야 하는데 비를 맞기 싫어서 엄청나게 큰 박스를 머리 위에 지고 우산 대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보고, 귀엽게 핑크 우비랑 헬멧을 맞춰 입고 스쿠터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분홍 우비랑 박스 우산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 경찰이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문서를 트위터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비 오는 날 인도


그래도 내일은 시원할거잖아


그래도 인도에서 비가 오면 좋은 점은 그 다음날 환상적인 날씨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비가 온다는 건 내일의 날씨가 내가 원래 알고 있던 덥고 건조한 인도 날씨에서 벗어나 시원하다는 의미니까 인도에서의 비를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도 그래도 인도에서는 비 오는 날 밖에 안 나가는 걸 추천한다!

이전 16화 혼돈의 축제 속 인도 경찰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