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 Jun 30. 2023

인도에서 더블 체크는 필수, 해탈은 필연

약속을 했으면 말만 하지 말고 제발 실행하는 걸 보여 주란말이야!!

입만 산 사람들


전 세계 어딜 가나 입만 산 사람들은 존재한다. 앞에서는 알겠어를 외치고 다음날에 팔로업을 위해서 일의 진척도를 물어보면 갑자기 아팠다고 하거나 기상천외한 핑계를 댄다.


최근에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인도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고충에 대해서 이야기 한 바가 있다. 이걸 문화적 차이로 보아야 할지 면대면으로 일을 하지 않아 업무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인도직원들에게 일을 맡기면 기한 내에 끝내지 못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질문하면, 끝내지 못한 이유에 대한 핑계를 술술 늘여놓아 한국 직원들은 그 핑계를 듣는 데 신물이 난다는 내용이었다.


참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인디아 게이트

약속 불이행과 핑계

인도에서 처음으로 인턴으로 일한 지 딱 일주일이 되었을 때, 다른 팀의 팀장한테 엄청나게 혼이 난 적이 있다.


같이 일하던 인도 직원에게 분명히 픽업을 위해서 차량을 호텔로 보내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원이 차량을 보내지 않아서 결국은 연사가 강연 시간에 늦게 되었다. ㅎㅎ


해당 직원에게 "왜 차를 안 보냈어? 내가 어제 이야기했잖아?"라고 물어보니 "내가 어떻게 기억해? 나한테 네가 당일 아침에 또 이야기해 줬었어야지?"라는 대답을 들었다.


다른 한 번은 차량 담당자가 자리를 오래 비워서 차량 신청서를 제출한 뒤 필요한 차량이 오지 않아 담당자에게 가서 물어봤다. "차량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차가 안 왔어...!" 그때 들은 대답은 "나 그런 거 못 받았는데?"


책상 위에 버젓이 놓여있는 차량 신청서와 메모를 적어 하이라이트 한 포스트잇을 보여주자 "내 책상에 놓고 가면 내가 어떻게 알아? 이건 네 잘못이야"



여러 번의 해탈을 경험하고

그때 스스로 인도 사람들과 일 할 때는 내가 한두 번 더 챙기자고 마음먹었다.


아. 그냥
내가 더블 체크를 넘어
트리플 체크를 하자


인도 멜라


인도와 강박성, 피곤함 그리고 의심

뭐랄까 인도에서 인턴 생활을 경험하고 늘어난 것은 꼼꼼함과 철두철미함, 그리고 의심이다.


더블체크, 트리플 체크 하는 버릇이 생기면서 나의 피곤함과 강박성이 잔뜩 짙어졌다랄까...?!


인도에 지내면서 여기저기에서 외국인으로서 당한 사소한 사기들과, 부탁을 하더라도 가볍게 무시하고 계속 핑계만 대는데 지쳐서 성격이 파탄이 날 것 같은 순간이 주마등 처럼 지나간다.


인도에서 장기로 있다가 3개월 차가 되면 이런저런 풍파에 휩쓸리면서 "아,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걸 잘 견뎌내지 못하면 인도에 다신 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참고 참다가 화가 나서 싸우다가도 "그냥, 해탈하고 내가 더 챙기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려니 해보자 하면 그건 바로 해탈로 가는 지름길...!

아니다 내가 피곤한 지름길인가...?


포용력은 여러 고난과 역경을 통해, 다른 사람이 변하기 어려우면 내가 바뀌자 라는 생각으로 생기는 걸까?


결국 더블체크, 트리플 체크 안 한 내가 잘못이다.

잘못은 다 나에게 있다.


해탈할 거 같다.


인도에서 해탈은 필연적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