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개 돼지 낙타 염소 원숭이를 길에서 볼 수 있다니
처음에 인도에 와서 가장 놀란 점 중 하나는 길가에서 보기 힘든 동물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인도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동물들과 눈을 마주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보기 쉬운 강아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고, 가끔가다가 보이는 고양이부터 소, 낙타, 원숭이, 염소, 돼지 등등 다양한 동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인도는 대도시에서도 거리를 배회하는 소를 보기가 참 쉽다. 인도의 소들은 쓰레기장을 뒤지면서 쓰레기를 먹기 때문에 복수에 찬 사람처럼 배가 잔뜩 불러있다.
소가 쓰레기를 먹어도 괜찮은 거냐며 인도 친구에게 물어보니 어떻게 여물만 먹겠냐며 쓰레기장을 뒤지는 건 사람으로 치면 가끔 불량식품을 먹는 것과 같다고 설명해줬다.
예전에는 먹을 게 없어서 쓰레기장을 뒤지는 소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즘에는 친구의 비유가 납득이 돼서 인도에서 쓰레기장을 뒤지는 소만 보면 “불량식품을 찾아 헤매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인도에서는 소가 사람 다니는 길로 다니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한 번은 바라나시에서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던 중에 소 한 마리가 길을 막고 있었다. 그 길로 지나가지 않으면 빙빙 돌아 숙소로 돌아가야 했기에 객기를 부리며 조심조심 지나가다가 소에게 허리를 받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소가 조금 무서운데… 그래도 길가에서 소를 보면 멀찍이 떨어서 소와 함께 셀카를 찍곤 한다. 모르겠다. 길가에 다니는 소가 아직도 신기한가 보다.
낙타는 대부분 술집이 모여있는 곳 주변이나 휴게소, 축제 장소 등등에 가면 볼 수 있다. 낙타 체험을 하고 주인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있다.
자이살메르 근처에 있는 쿠리라는 지역으로 사막 사파리를 갔을 때에 사람도 태우고 짐도 싣고 왔다 갔다 하는 낙타를 보면서 측은지심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예쁘게 치장하고 있는 낙타를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낙타 사파리를 하면서 옷에 밴 낙타 냄새를 지우느라 참 고생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우스 델리(South Delhi) 지역에 살 때 머물렀던 PG가 공원 옆에 있었는데, 1층에 살 때 대문을 열어뒀더니 집 안으로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고 음식을 훔쳐간 적이 있다. 소나 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운데 작고 소중한 아기 원숭이를 등에 업고 아슬아슬한 난간을 척척척 잘 걸어 다니는 원숭이를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하지만 사원 근처 원숭이들에게 가까이 갔다가 가방이나 물건을 훔쳐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인도에는 고양이가 흔치 않은데 가끔 가다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은 한국 길고양이들처럼 사람이 무서워서 재빨리 도망가곤 한다. 많이 없어서 볼 때마다 귀엽고 더 소중한 존재들이다.
델리, 구르가온에서는 염소가 많이 보이진 않았은데, 그 외에 대도시 외곽으로 가니까 길가에서 예쁜 목걸이를 하고 쉬고 있은 염소를 봤다. 히마찰프라데시, 라다크, 카쉬 미르 지역에 가면 염소 떼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인도에서는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기가 참 어려운데, 지난 번에 자이푸르 여행을 갔다가 쓰레기를 먹고 있는 돼지를 발견했다. 가끔 인도에서 모모라고 불리는 만두를 시켜먹을 때마다 맛있게 먹었는데 친구가 너는 쓰레기를 먹은 돼지를 먹고 있다고 겁을 줘서… 뭘 먹어야 하나 싶다.
길거리에 피부병에 걸려 돌아다니는 동물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지만 인도는 뭐랄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동물을 볼 수 있어 흥미로운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