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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 Oct 15. 2022

인도인한테는 50루피, 나한테는 200루피?

달리는 인도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인도 릭샤왈라

인도에 와서 릭샤를 타본 사람들이라면 무. 조. 건 “릭샤왈라(Rickshaw Wala)”라고 불리는 릭샤 드라이버와 흥정을 해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인도에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이라면 오토릭샤 드라이버들이 부르는 금액에 헛웃음이 나온 적이 있었을 것이다.

오토릭샤

인도인한테는 50루피를 받고 외국인이면 가격을 최소 2배는 뻥튀기하는 사기 아닌 사기를 여러 번 당하다 보면 일반화해서는 안되는 걸 알지만 “인도 생활에 지쳐 인도 사람이 싫어지고, 인도가 싫다”는 생각까지 나도 모르게 확장되곤 한다. 인도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에 대한 지분은 오토릭샤 드라이버가 7할은 차지하지 않을까?


퇴근길 릭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파렴치한 릭샤왈라들을 상대하다 보면 진이 빠져 오토릭샤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인도 버스 안에서 엉엉

예전에 인도에 와서 지내다가 너무나도 약속을 안 지키고 외국인이라는 걸 알고 여기저기서 사기를 치려는 경험을 하고 나서 여행길 버스 안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엉엉 소리를 내면서 운 경험이 있다.

인도 버스

자이살메르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인도 현지인한테는 받지 않던 짐 비용을 나에게만 받길래 다른 인도인들에게 어리숙한 힌디로 “원래 가방 비용을 따로 받아?”라고 물어봤다.


옆자리 사람은 버스 티켓을 끊어주는 안내원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후에 버스 안내원한테 ”왜 가방 비용을 따로 받아? “라고 물어보니 ”원래 받는 건데 왜? “라는 답변을 받았고, 다시 한번 옆 자리 사람한테 물으니 원래 받지 않는다고 얘기해줬다.


단 돈 20루피였다. 400원도 안 하는 돈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한테 사기만 치려는 나라가 뭐가 좋다고
인도에 와서 이 생고생을 하고 있는 건지?

난 뭐가 좋다고
이 나라 언어를 배우고 있는 건지?


그 순간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서러움과 함께 나한테 사기만 치려는 나라에서 생고생을 하면서 언어를 배우고 있다는 현실에 현타가 와서 엉엉 소리를 내서 울었다.


얼마나 서러웠던지, 다음 날 눈이 퉁퉁 부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모든 사람이 쳐다볼 정도로
엉엉 소리 내서 울었다


물론 인도에도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적절히 균형을 맞춰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길가에 밤늦게 서있다 보면 걱정이 돼서 차를 멈추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결혼식이 열리니 인도음식을 먹고 가보라고 초대해주는 사람들도, 명절에 갈 곳이 없으니 본인 집에서 같이 보내자는 친구들도 모두 따뜻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어쩔 수 없는 걸까?

뭐랄까… 인도에 있으면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서 길거리에서 만나는 랜덤 한 인도인의 경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걸까?”라며 이해 아닌 포기를 하게 된다.

수 없이 사기를 당하다 보면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척박한 날씨와 말도 안 되는 빈부격차를 겪으면서 이들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환경에 맞게 적응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며 해탈을 하게 된다.  

인도 풍경


인도 사람들의 느긋함은 이런 날 것 그대로의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형성된 걸까…? 화를 내는 인도인들을 본 적이 드문 것 같다.


인도를 오랜 기간 경험하고 나서 모두 그러려니 하게 되고 화 냄의 역치가 매우 높아졌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종교가 탄생하고, 사람들이 해탈을 하게 되나 보다.


나 역시 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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