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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 Jun 01. 2023

네네-, 저 인도 사람이에요 ^_^

웨어 알 유 프롬? 나갈랜드? 마니뿌르? 노노 저 한국사람이에요...!

North East India

인도에서 동북쪽 지역, 영어로는 North East India 지역에는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North East India


마니뿌르, 아쌈, 나갈랜드 주 등등이 모여 인도 동북쪽 지역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쪽 지역 사람들은 생김새는 물론이고 인도 주류의 힌두교 문화권 사람들과 전혀 다른 생활양식을 보인다.


생김새는 우리가 생각하는 북인도, 남인도 쪽 사람들과는 매우 상이하고, 오히려 신기하게도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기존에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을 때 PG(Paying Guesthouse)라고 불리는 하숙집에 몇 달간 살았었는데, 그 당시에 함께 살았던 친구들 중 일부가 마니뿌르(Manipur)에서 왔던 친구들이었다.


신기하게도 동북부 지역에는 한류가 다른 인도지역에 비해 일찍 침투하여 케이팝(K-Pop), 한국 드라마(K-Drama) 등등이 인기였던지라 다른 인도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보다 한국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 대화가 편하고 즐거웠던 경험이 있다.


2015년도의 인도는 지금의 인도와는 많이 달라 지금은 서양식 옷을 입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2015년 당시에는 그 수가 현저히 적었는데,


North East India 지역 사람들은 당시에도 사리나 꾸르따, 꾸르띠 등을 많이 입기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 같이 일반 상하의를 더 많이 입었고, 생김새도 비슷하고, 돼지고기, 소고기, 버섯 등등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기 때문에 낯선 인도에서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동질감이 많이 들었다.



너 동북쪽 사람이야?

인도에 있을 당시 나는 인도에 처음 가서 힌디 실력을 늘리고자 영어는 전혀 쓰지 않고 힌디로만 말을 하고 다니고, 선크림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연인 그대로 다니면서 피부가 새까맣게 탔으며, 인도의 패션감각을 체득하여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얼굴은 탈대로 타고 힌디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사람은 아닌데 외국 억양이 섞인 힌디를 하기는 하니 길에서 만난 릭샤 아저씨, 음식점 주인, 길에 서 있다가 만난 불특정 사람 등등 다양한 인도 사람들이 나에게 어디서 왔냐는 질문을 생략하고 오히려 "너 North East India에서 왔어?"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너 North East India에서 왔어?

처음에는 "아니 아니, 나 한국사람인데?"라고 대답을 했는데, 그러면 "근데, 너 힌디를 어떻게 할 줄 알아?"라고 추가적으로 질문이 들어오고, 나는 신나서 "아...! 나 학생인데, 힌디를 배우고 싶어서 인도에서 배우고 있는 중이야...!"라고 말하면,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힌디를 왜 배우는 거야?"라는 끊임없는 질문의 뫼비우스의 띄가 시작된다.


아니 아니, 나 한국사람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잠을 자면서 잠꼬대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간략하게 "내가 고등학교 때 오래된 미래(The Ancient Future)라는 책을 보게 됐는데, 거기서 라다크(Ladakh)라는 지역의 문화가 너무 매력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뭐야.


어린 마음에 이곳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라다크가 어디 지역에 있는 곳인지 검색을 하니까 인도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러다가 대학교 수시를 넣으면서 무슨 과를 갈까 고민하던 와중에 인도? 라다크? 하다가 관련 과에 지원을 했는데 덜컥 합격해 버린 거야.


그래서 힌디를 배우게 됐고, 결국에는 인도에 있네? 아... 맞다. 나중에서야 라다크 지역 문화가 오히려 인도 주류 문화와 동떨어지고 티베트 문화랑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됐어. 근데 뭐 어쩌겠어. 이미 전공해 버렸는데 ^_^"


그러면 인도사람들은 크크크 웃으면서 WELCOME TO INDIA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를 North East India에서 온 사람들로 생각하면 한국사람이라고 정정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문제는 내가 이 이야기를 새로 만나는 인도 사람마다 하고 다니니 가끔은 오해하도록 내버려 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겠됐다는 것이다.


네네-, 저 마니뿌르 사람이에요

그래서 노스이스트 인디아에서 왔냐고 물어보면 하루는 "네네-, 저 마니뿌르 사람이에요", 또 다른 날에는 "네, 저 나갈랜드에서 왔어요-"하고 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대답하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사람들이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더라. 흠... 전혀 위화감이 없었나보다.



차별

North East India 사람들


슬픈 점은 인도 내에서 동북부(North East) 지역 사람들을 향한 차별이 만연하다는 점인데, 그러다보니까 관련된 시위를 많이 하기도 하고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 인도에 있을 때 접했던 충격적인 신문기사가 하나 있었는데, 지나가던 동북부(North East) 지역 여성 한 명이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이자 명절인 홀리(Holi)날에 물풍선을 맞았는데, 알고보니 남성의 정액이 든 물풍선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왓더 퍽?

당시에 그 이야기를 듣고, 왓더 퍽?을 소리치며 저절로 지어지는 인상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주류의 인도 사람들과는 생김새가 다른 동아시아인으로서 인도에 있으면서 만만치 않은 인종차별을 겪었는데, 동북쪽 사람들 역시 중국인 같다, 개를 먹는다 등등 다양한 차별과 욕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인도가 다양성이 존중되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비주류로 살아가는 이들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수준의 차별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외국인이지만 모국에서 겪는 차별은 더 가슴이 아프지 않을까...?


안쓰럽기도 하고 뭔지 모를 묘한 동질감이 들어서 이들을 향한 차별이 서서히 줄어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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