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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 Oct 29. 2022

인도 여행 중 운전하던 차가 트럭에 치였다

자이푸르로 가던 중 차가 치여 인도 경찰 아저씨를 만났다

친구인 소냐의 생일을 맞아 나를 포함 총 3명이서 핑크 시티(Pink City)라고 불리는 자이푸르(Jaipur)로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부터 만나서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델리에서 절반쯤 왔을 때 트럭이 운전하던 차를 박았다.

교통사고 트럭 크기

인도에서 운전을 하면 겪는 험난한 상황과 인도 사람들의 칼치기 운전 스타일에 대해서 토로한 지가 엊그제인데 교통사고를 당하다니…

도로 바리케이트

인도에는 도로 중간에 사선으로 바리케이드를 놔두고 감속을 유도하면서 경찰이 차를 검사하는 곳이 도로 중간중간 있는데 뒤에 있던 트럭이 왼쪽 미러를 보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이다.


교통사고 트럭

트럭은 매우 멀쩡했다.

그도 그럴 것이 크기 차이가 어마 무시하기 때문에…

하지만 친구 차가 정말 보면 안쓰러울 정도로 찌그러졌다.

찌그러진 친구 차

바로 앞에 교통경찰이 있었기에 내려서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트럭 운전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짜고짜 자기 잘못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나는 빨리 이 상황을 사진으로 기록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차 상태와 트럭 번호판, 트럭 상태 등등을 사진으로 찍고 친구에게 왓츠앱으로 보내줬다.


운전수는 보험 번호만 주면 될 것을 그러면 자기 차 가치가 떨어지지 않냐고 못 주겠다. 내가 왜 줘야 하냐며… 내가 어떻게 트럭에서 아래에 차가 있는 걸 보냐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친구가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보는데 정확히 ”어떤 게 잘못이고 절차를 잘 모르면 그전에 자기 말이 다 맞다는 식으로 우기지 말아라. 먼저 알아보고 그다음에 나랑 이야기해라. “라고 얘기했다.

교통사고에 몰린 사람들

교통경찰도 듣다가 “당신 트럭 왼쪽에 사이드 미러가 왜 없냐? “라고 질문했지만 돌아오는 건 ”내가 어떻게 트럭에서 아래에 차가 있는지 보냐? 지금까지 20년 동안 트럭 운전을 했지만 사고 한 번도 안 낸 사람이다. 너네 잘못이다! “라는 우기기 대작전을 실시할 뿐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주변에 있는 경찰서에 가서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고 인도에서 사건 경위서와 같은 FIR(First Information Report)을 작성을 기다렸다.

인도 경찰서

주말인데도 경찰서를 찾아온 사람들이 꽤나 많아서 그런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세 명 다 차에서 내려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보고 웃다가 문득 아침부터 오후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배가 고프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골 지역에 있는 경찰서라서 외국인을 처음 보는지 인도 경찰 아저씨들이 “너 어디서 왔니?”라고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South Korea, Dakshin Korea”를 외쳤다.

경찰 아저씨

경찰서에 들어가 앉아서 혼자 멍 때리는데 일처리를 하던 인도 경찰 아저씨가 불쌍해 보였는지 갑자기 밖에 있는 두 친구들을 불러오라고 했다.


그리곤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에는 온라인으로도 리포트가 가능하니 그렇게 진행하라고 따뜻하게 조언을 해주셨고, 트럭 운전수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친구들이 밖에 나가자마자 “혹시 네가 경찰한테 힌디로 뭐라고 말했어? 그래서 일처리가 빠른 거야?”라고 물어봤는데 나는 그냥 멍 때리고 슬픈 표정을 지으니까 경찰 아저씨가 친구들을 들어오라고 했다고 전해줬다.


친구들이 엄청 좋아하면서 인도인들은 경찰 앞에서 “네네” 해야지 일처리가 빠르다는 생각이 있고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찰의 심기를 절대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라 너처럼 행동하지 못한다며 외국인 덕(?)을 봤다고 했다.


30분 정도 트럭 운전수가 오길 기다려도 도착하지 않자 친구들이 나를 콕콕 찌르면서 “자이푸르에 여행을 가려고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도중에 사고가 나서 너무 슬프고 업무 처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실망이다.” 등등 극적인 연기를 해보라고 했다.


배고픔을 무기 삼아 얼른 해결하고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경찰서 높으신 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교통사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Kyun itna jyada time lag raha hai?” 번역하자면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가요?”라고 질문을 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가요?


경찰 아저씨가 당황하시면서 교통경찰 쪽에 전화를 거셨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던 트럭 운전수를 경찰서에 데리고 와주셨다.


경찰서에서 온 트럭 드라이버는 계속 다 우리 잘못이라는 똑같은 논리로 대응하면서 자기 말만 했는데, 경찰도 무논리라고 느꼈는지, 우리에게 서류 절차를 다시 한번 알려주면서 서류 처리에 드는 비용은 트럭 운전수가 내라고 얘기했다.


트럭 운전수는 2000루피를 주고 다시 돌아간 후 친구들은 안에 들어가서 경찰한테 뭐라고 말했길래 경찰이 잘해줬냐고 물어봤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라고 질문했다고 하자 “I am so proud of you(네가 너무 자랑스러워)“라고 얘기하며 한 참을 셋이서 웃었다.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차 주인인 친구에게 차 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니 친구는 본인부담금이 아예 없는 완전 자차 보험에 가입해서 괜찮다며 우선은 여행을 즐기자고 했다.


자이푸르까지 원래는 5-6시간 정도 걸리는데 가는 길에 이런 해프닝이 있다 보니… 7시에 출발했음에도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에어비앤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로 도착하자마자 지쳐서 한 숨 자고 바깥에 나가 야경 위주로 구경을 했는데 서로 지친 채로 생일에 마가 꼈다며 오늘은 조심해서 다니자는 얘기를 했다.


생일은 친구는 이번 연도 이후로 생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서워 집에만 있겠다며… 우리 오늘 왜 이러는 거냐며 나중에 나이 들고 만나면 얘기할 거리가 생겼다며 서로를 지친 표정으로 웃으며 바라봤다.


그나저나 내가 만약 사고가 난 차주인이라면 너무 신경이  쓰여 제대로 여행도 못 하고 우울했을 거 같은데 지나간 일이라며 여행을 즐기자고 하고 운전까지 해 준 소중한 내 친구가 너무 존경스럽다.


친구 차는 스무스하게 보험처리가 되어 다 고쳐졌다고 전달받았는데 잘 처리되어 다행이다.


교통사고로 친구의 어른스러운 면을 봄과 동시에 셋이서 만나면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만들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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