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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도
‘어제’는 여전하다

‘~했더라면’

by 지금

어느 나이에나 삶은 과거와의 싸움이다.


오늘을 어제로 묶고 내일은 오늘에 감금된다.

오늘은 어제를 어제는 그제를 그리고 오늘은 또 내일 원망의 시간이 된다.

인생사는 그저 불만과 한탄과 아쉬움의 연속일 뿐 박수를 칠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


일정한 나이가 지나고 나면 해 질 녘 언덕배기에 어스레한 땅거미가 내려앉듯

감각의 평화가 내려앉는다던데 어이 된 일인지 이놈의 감각은 여전히 핏빛 도는 전쟁 중이다.


어제는 아쉽고 오늘은 힘들고 내일은 불안하다.




시간은 덧없다.

시간은 금세 사라지고 혐오를 남긴다.


시간을 별별 욕정으로 꽉꽉 채울수록 그 시간은 고통과 아픔으로 빨리 변해버리고

지금 이 순간은 어김없이 다음 순간의 부끄러움으로 이어진다.


어제를 만지작거리고 어제를 후회하면서 얼굴을 들지 못하는 건 사납고 잔인하고 포악한 욕망에 굴복해서다.

누구도 실패 없이 배우지 않는다.

자신에게 최악의 시간을 선사하는 것이 자신이라면

최상의 시간 또한 자신이 선사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만나도 인생이 서툴다.




‘~했더라면’


유독 잠을 설치는 날이 있습니다.


‘~했더라면’이 가슴을 흔드는 날이 그렇습니다.


‘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그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그때 거기에 갔었더라면…’


그때 그곳에서 그에게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했더라면’은 종종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오늘을 바라보는 눈을 흐리게 하고 내일의 길 앞에서 주저하게 합니다.


‘했더라면’은 가슴 밑바닥을 사정없이 긁어 깊숙이 묻혔던 아픔까지 굳이 들쑤십니다.

심장은 거센 바람 속 나뭇잎처럼 요동치고 감겼던 눈은 어느새 한낮의 태양으로 변합니다.


과거는 오늘을 잠시도 가만 두질 않습니다.

그때 그 시간 그 공간 그 사람은 오늘 이 시간 이 공간에서도 여전히 오늘을 간섭하고 내일에 끼어듭니다.


‘~했더라면 오늘 너는…’

끊임없이 오늘의 나를 그때의 나와 붙여놓고 오늘의 우중충함은 그때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 몰고 가면서 ‘~했더라면’ 저 높은 곳에서 빛나는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의 나래를 달아줍니다.


삶이 지속될수록 후회 거리는 삶 구석구석에 쓰레기처럼 쌓입니다.

슬픔과 질투를 빼면 그것이 사랑이 아니듯 회한과 울분 없는 삶 또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삶을 잔인하다고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지요.

적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과거와 끊임없이 마주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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