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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Mar 05. 2024

조울증 7년 차 (4)

정신병원 입원 대소동

예정되어 있던 제주도 여행은 최악이었다. 사실 제주도 여행의 기억은 거의 없다. 머릿속에 주입되는 환각이 미친 듯이 괴롭혔다. 그때 당시 환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영혼들의 소리라고 생각했다. 영혼들의 소리는 내 입을 통해 남들에게 전해졌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 지적이고 매력적인 커리어 우먼, 두려움에 떠는 여리고 여린 어린아이, 유명했던 연예인등 다양한 영혼(?)들의 소리를 입으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조울증이란 것을 알기 전까지 빙의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장소에 상관없이 했다는 것. 사람들이 많이 몰린 관광지에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옆자리에 앉은 식당에서도, 숙소에 남아있는 순간에도 잠을 자지 않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가족들은 나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형은 정신을 차리라며 나의 뺨을 때렸다. 매가 약이라는 말은 미친 사람에겐 소용이 없었다.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가족들은 나를 방에 가두었다. 밖으로 나가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나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족들이 잠든 사이에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가족들이 나를 해칠 것 같았다. 근처 모텔에 들어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을 때, 갑자기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내 휴대폰을 통해 위치추적과 도청을 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졌다. 그 즉시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했고, 상담사에게 당신들의 모든 범행을 알고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장 그만두라며 폭언과 욕설을 해댔다. 문제는 그 고객센터가 바로 내가 다니던 직장이었던 것이다. 밤늦은 시간 팀장은 사태를 확인하기 위해 내게 전화를 했고, 내가 제정신이 아닌 걸 알자 진정하고 병가 기간 동안 안정을 취하라고 하며 통화를 마쳤다. 그 사건으로 나의 퇴사는 예정되어 있었다. 


몇 시간 뒤 나는 모텔에서 돌아왔고, 가족들은 나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극심한 불안감을 느낀 나는 집에 있는 날카로운 물건들은 모두 치우라고 소리쳤다. 아빠가 나를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고,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아빠를 도우고 있다고 믿었다. 유일하게 형만이 내편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형이 우는 모습을 보았다. 형은 나를 안심시키며, 본인이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 방에 들어가 가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잠시뒤 끈을 가져와 내 손과 자신의 손을 같이 묶기 시작했다. 형을 믿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얼마뒤 모르는 남자들이 들어왔고, 내 양팔을 잡으며 차에 태웠다. 형이 나와 방에 들어간 사이에 부모님이 입원을 시키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부른 것이다. 나는 강렬히 저항했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들에게 빠져나오기엔 역부족이었다. 차 안에서 누운 채로 구속되었고, 당장 풀어달라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차 안에 타고 있던 요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입원할 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입원은 순조롭지 않았다. 한 병원에 갔지만, 나의 상태를 보더니 해당 병원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며 입원을 거절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엄마는 그때 실신할 정도로 많이 울었다고 한다.) 방향을 돌려 진료를 받았던 대학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응급실에 들어가자마자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방에 격리되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난동을 부렸지만, 고용량의 안정제를 투여했는지 얼마뒤 나는 잠들게 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실 안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나의 '슬기로운 정신병동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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