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by 이고

나는 그런 줄 알았네

그대는 1월의 찬 바람 속에서 홀로 선 촛불 같았네


위태롭게도 봄바람에 슬피 울고

여름 태양 아래 타는 가슴, 한 줄기 소나기로 흘렸네


지나치는 가을 낙엽 속에 먹먹해지는 눈물 자국을 숨기기 바빠서

나는 항상 그대가 우는 줄 알았네


그래서 내 손 가득 그대를 감쌌으나

그대는 숨이 막혀 자그마한 연기만 남기고 사라져 갔네


나는 그런 줄 몰랐네

이제 뜨거운 화상을 입은 두 손을 쥐고 그대를 생각하네


나는 그런 줄 몰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대는 그런 줄 몰랐네


나도 그대를 모르고

그대도 나를 모르고


따뜻한 줄 알았으나, 뜨겁고 아픈 줄

나는 몰랐네


그렇게

나도 촛불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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