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지금도 여행 중

by 파란선

에필로그

지금도 여행 중


다음 주면 가을 휴가가 시작된다. 일주일의 가을 휴가는 국제학교를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짧은 휴가에 속한다. 이럴 경우 비행기로 한두 시간이면 가는 옆 나라로 여행을 간다. 우리 가족은 얼마 전 여름휴가로 이탈리아 토스카니, 피렌체 지역과 노르웨이 로포텐에서 한 달여간의 시간을 보낸 터라 이번 가을 휴가는 근교 스웨덴으로 짧게 다녀올 계획이다.


유럽 생활을 한 지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숫자만큼의 시간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얼마나 즐겁게 달려왔는지 그 시간의 개념을 알 수가 없을 정도이다. 나에게는 행복했던 여행으로 가득했던 유럽 살이, 국제가족으로써의 신나는 모험, 약간은 외로웠던 이방인의 삶 그리고 나를 이만큼 이끌어준 국제학교 미술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나에게 삶의 균형을 잡아 준 것 같다. 걱정 근심만 없는 삶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속상한 일과 후회한 일도 행복한 시간만큼 추억으로 많이 쌓았다. 나는 지금도 이십여 년 전 안전한 유럽여행보다 나 홀로 생활했던 불안한 미국 생활과 용감히 뛰어들었던 유럽 생활이 더 기억에 남고 좋다.


국제학교 교사라면 나 스스로 정하는 퇴직이라는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세계를 옮겨 다니며 살 수 있다. 국제학교 교사의 경력이 쌓일수록 학교에서는 충분한 대우를 해 줄 것이며,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충분한 여가시간과 휴가를 즐기며 여유롭게 살 수 있다. 국제학교가 없는 국가를 세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대부분의 국가에는 국제학교가 존재하고, 매년 새로운 국제학교 교사들이 필요하다. 우리처럼 타국에서 온 인연을 만나 국제부부로써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살다가 노후를 보내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갈 시간을 정하는 방면, 어떤 이는 국제학교에서 일하던 국가에서 필연을 만나 뜻하지 않게 정착할 수도 있다. 또한 많은 국제학교 교사들이 퇴직할 때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교사 생활을 하다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마음에 드는 나라에서 영주권을 받아 정착하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국제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많은 교사 동료들이 생긴다. 거주했던 폴란드, 아제르바이잔,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동료들도 많지만, 대부분 셀 수 없을 만큼 다른 나라에서 온 동료들이다. 또한 그들도 나처럼 새로운 나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우리는 각자의 '학교'라는 공간에서 달리고 있다. 언제든 세계 각국의 나라의 옛 동료들과 SNS 친구가 되어 쉽게 소통한다. 나와 한국이라는 작은 우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 더 나아가 국제적인 친분관계를 쌓고 우리는 국제적인 소통을 한다. 고국이 갖고 있는 문제보다 세계가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를 의논한다. 국제시민으로서 말이다. 처음 국제학교에서 일할 때 종종 말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말이야..'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호스트 국가(Host country)를 존중하고 오픈마인드(open-minded)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이 문제를 여기에서는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까'라며 고민한다. 나는 국제학교에 근무하면서 좀 더 국제적 마인드가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배움이 더 많다.


워킹맘이자 교사로서 한참을 달리와 보니, 이제부터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있다. 또한 마지막 경유지인 노르웨이를 떠나 톰슨 씨와 뉴질랜드에서 노후를 보내기로 계획하였다. 바닷가의 작은 집 한 채를 준비한 것 외에는 없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모험을 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교사로서 필요한 준비와 화가로 활동하기 위한 준비 등도 하고 있지만,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태평양에서의 새로운 시간과 경험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더 단단히 하는 중이다.


지금도 여행 중이다. 이제 당신도 새로운 모험을 위해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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