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부모와 자녀의 첫 번째 목표는 단연코 ‘대학’이다. 부정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초등학교 입학 순간부터 우리는 원치 않아도 그 흐름 속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대학에 들어가면, 그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까?
원하는 대학이 아니라면, 재수·삼수를 반복해야 할까?
어렵게 꿈꾼 대학에 들어갔더라도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지어 전공이 유망해도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한다면?
대학은 분명 중요한 이정표다. 작은 땅덩이 안에서 성공을 갈망하는 사회에서 대학 타이틀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진다. 친구 환경, 사회적 네트워크, 심지어 미래의 배우자까지 좌우할 수 있다. 잘못된 믿음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 너머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조금 더 ‘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자녀를 의대, 치대, 한의대 같은 의료계열이나 특정 전문직으로 이끌려한다.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의료계열과 일부 전문직은 여전히 높은 소득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평균 수준의 학생을 둔 대다수 가정은 정보 부족과 현실적 한계 때문에 더욱 어려움에 직면한다. 결국 남들이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며 “적당히 인서울 정도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 머무르게 된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인서울 진학이라 해도, 이를테면 건동홍 라인의 경영학과에 입학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다음은 무엇일까? 과거처럼 문과 출신이 대기업 인사나 경영진으로 올라가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의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문과 직무라 불리던 분야조차도 구조와 시스템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을 더 선호한다. 인사 직무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문과 전공자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동일한 조건이라면 이공계 기반 인재가 실무 이해도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냉정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른 사례를 보여주겠다.
서울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까지 마친 문과생이 있다고 해보자. 꿈꿔온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첫 배치는 영업직이다. 마케팅을 전공한 그가 꿈꿔온 현실과 실제 투입된 곳의 현실은 괴리감이 너무나도 커 퇴사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심지어 공대 출신도 쉽지 않다. 과거에는 연고대·성균관대 정도만 돼도 누구나 선망하는 기업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기업들은 경력 있는 인재, 즉 “바로 실무 투입 가능한 사람”을 원한다. 신입 티오는 줄어들고, 서울대 공대조차 1차 서류전형에서 30% 이상이 탈락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결국 의대, 치대, 한의대 밖에 없냐?”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대학 이후의 현실을 일찍 알면, 준비할 수 있는 기간과 방식이 달라진다.
그냥 “대학에 가면 뭔가 있겠지”라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과, 미리 눈을 뜨고 스스로를 길러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특정 분야를 사랑하고 헌신하는 사람
장기적으로 역량을 키워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는 사람
혹은 기업이 아닌 공무원, 창업, 다른 길을 택해 미리 준비하는 사람
이들은 대학을 단순한 ‘통과의례’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학은 출발점일 뿐이다. 그 너머의 삶을 미리 준비한 사람만이,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대학은 도망의 장소가 아니다. 잠시 미뤄둔 현실이 아니라, 그 현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과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