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명령 아닌 선택으로 시작한 하루

by 담담이

https://www.youtube.com/watch?v=jcyS5Z4qtAk

여러분의 PTSD를 복원시켜 드립니다.


빰빰~

빰빠빠~

빰빠라~ 밤밤~

빠라밤~ 빰!


"후후 기상 기상 당직사관이 전파한다. 현 시간 부로 세면세족을 실시하고 06시 10분까지 아침점호를 위해 복도에 집합할 것. 반복전파."



군대에서 맞이한 내 인생 첫 번째 아침
내가 처음 들었던 말이다.


대한민국 훈련소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모두 기억할 것이다.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그 순간, 상황파악조차 안된 채 놀란 심장을 부여잡은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웅장하고 신나게 연주해 대는 기상나팔 소리를. 솔직히 사관학교 생활을 하면서 수백 번은 들었지만 단 한 번도 상쾌하게 들은 적 없었다.


단순한 기상나팔 따위에 놀란 가슴의 무력감 때문일까, 하루를 시작하는 기상조차 내 의지로 일어나지 못했다는 패배감 때문일까.


어찌 됐든 놀람에 대처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생긴 습관이 있었다. 손목에 차고 있던 카시오 알람시계를 기상나팔보다 10분 일찍 설정해 먼저 눈을 뜨고 준비했다. 누군가에 의해서 타의적으로 혹은 강제로 일어나는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건 내 하루를 내가 주도하겠다는 조용한 반항이자 다짐이었다.




이 습관은 사관학교의 정식 생도가 되고 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사실 생도가 되어서야 유의미한 습관이었다.


훈련소 레벨에선 먼저 일어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취침시간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유동병력(이동) 금지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도가 되고 나서는 달랐다. 취침과 기상 시간은 각자의 선택이었다. 무엇을 하든 자유였고, 그 자유를 어떻게 쓸지는 각자의 몫이었다.


늘 모든 것을 함께하는 사관학교 라이프스타일은 내게 강한 공동체의식과 연대감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온전히 "나"를 탐구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30분 먼저 일어나자.



내가 30분 먼저 일어나는 이유


1. 모두가 잠든 새벽, 나 혼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쾌감이 있다. 요즘 말로 하자면, '갓생'의 시작이다.


2.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두컴컴한 우주에 혼자 떠다니는 기분이랄까.


3.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타의가 아닌 자의로 시작하는 하루는 내 마음의 긴장과 불안을 줄여주고 삶의 질을 매우 높여준다.




실제 내 루틴이었다.

- 5시 30분 기상

- 유산균 한 포 털어 넣기

-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각 100개

- 모닝 샤워 (나는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 찬물이 좋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으나 스스로 괴롭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 그리고 점호까지 남은 10분 정도는 영어단어를 외웠다.


많은 일반인들은 아침에 샤워를 하고 출근하거나 학교를 가곤 하지만 사관학교에서는 아침 샤워란 쉽지가 않다. 주어진 시간 동안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워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단순히 청결의 문제가 아니라 따뜻한 물줄기는 내 몸의 긴장을 풀고, 마음의 준비가 되었음을 내게 알려준다. 내가 주도하는 삶과 여정의 시작인 것이다. 그것은 아침의 달콤한 수면시간 30분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 이야기는 직장인, 학생, 주부,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지금보다 단 30분 일찍 일어나 보자. 오늘 하루를 머릿속에 그려보자. 그리고 나 자신에게 조용히 말해보자.


"오늘도 잘해보자." "넌 할 수 있어."


그렇게 하루를 먼저 준비한 사람은 실수와 실패, 후회라는 감정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우리의 하루는 우리가 먼저 주도할 때 온전히 우리의 하루가 될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