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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예술로 바라보기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by 아름다움이란

과학과 예술, 좀처럼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두 분야에 흠뻑 빠져서 예술을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과학을 예술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는 ‘예술을 사랑하는 다정한 물리학자’라 불리는 이가 있다. 요즘엔 과학 분야가 아닌 예능부터 교양 프로그램까지 종횡무진하여 물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얼굴은 다 안다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이다.


그의 어린 시절이 범상치는 않다. 자폐스펙트럼을 의심할 정도로 친구들 앞에서도 긴장하여 말을 더듬고 사회성이 떨어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려웠다. 부모님은 그런 그를 감싸고 보호하는 대신 더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키우기 위해 애를 쓰셨다.


언제나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하라고 지지해 주시는 아버지는 독립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그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인간과 동물을 비교한다. 동물의 교육 목표는 혼자 먹고 사는 것, 즉 독립이다. 우리는 아이의 행복을 목표로 두지만,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부모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을 자녀에게 주입하게 된다. 인간도 자녀가 혼자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행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어린 시절 부모님의 방임교육이 무관심이 아닌 현재의 자신을 만든 훌륭한 교육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도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나중에 무얼 해야할까 고민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께서 사주신 ‘4차원의 세계’라는 책은 ‘양자역학’을 접하게 된 우연한 기회였다. 너무나 신기한 내용에 빠져 같은 시리즈인 ‘양자역학의 세계’를 사서 수십 번을 읽으며 양자역학을 공부해보기로 마음먹는다. 리처드 파인먼이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난해한 학문이지만 한 번에 쉽게 풀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그는 더욱 매력을 느꼈다.


김상욱 교수는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가졌지만 사뭇 어려울 수 있는 과학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강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서와 방송 출연을 통해 양자역학과 같은 복잡한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며, SNS에 일상과 예술을 함께 공유하며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그는 과학자를 특이한 사람으로 여기거나 기초과학을 경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에 ‘왜 과학은 교양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리의 ‘物’은 모든 물질을 말하고, ‘理’는 이치이다. 즉, 시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물리이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어떤 이치로 존재하는가?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학문이 물리인 것이다.


하지만 실존하지 않는 것들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인문학이다. 그래서 세상을 조화롭게 이해하려면 자연과학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법칙과 원리를 알고, 인문학의 시선으로 인간으로서 필요한 가치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 즉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과학과 인문학이 평등하게 중요하다고 인식된다면 우리가 보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될 것이기에 과학이 이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교양이라고 강조한다. 덧붙여 예술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물리는 모든 현상을 숫자화해서 성공한 학문이지만 수치화가 항상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행복지수라는 말로 행복과 불행의 정도를 수치화하고, 인간의 노력과 개인의 역량까지도 무분별하게 수치화하는 잘못을 하고 있다. 숫자에 집착하면 인간은 결국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장점, 단점 또한 우리가 만들어 낸 기준이라 어떤 것이 우월한 것인지 절대적 기준이 없는데 사람을 점수 매겨 격차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래서 숫자는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한다고 경고한다.


물리를 너무 사랑하는데 물리의 사랑은 받은 적이 없다고 짝사랑을 고백하는 김상욱 교수는 많은 아이들이 자기처럼 물리와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발달로 불안해지는 시대일수록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이야기할 때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5지선다를 벗어나 자신의 느낌대로 표현해보고 의미를 부여해보길 바란다.


내 학창시절 과학선생님이 이렇게 다정했더라면 나도 과학을 잘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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