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크리에이터 궤도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이 과학이 우리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고 우리의 삶의 현장 모든 곳에 과학이 함께한다며 어려운 과학을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박사급 아재들이 직접 만든 과학 채널로 구독자는 무려 116만 명에 이른다.
‘안될과학’의 멤버 중 이제는 너무 많이 알려진 궤도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과학 컨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은 사람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경이로운지를 보여주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지식은 광범위한 과학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스스로를 전문가라 칭하지 않고 자신은 그저 사람들을 과학의 문 앞으로 모아 그 문을 활짝 열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친구들과 모였을 때 와인과 커피, 축구와 야구 등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를 하지만 과학이 대화의 소재가 되는 일은 드물다. 과학은 학회에서나 하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기를 꺼리니 관심을 갖는 사람이 줄고 국가의 예산도 삭감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과학이 더 이상 학문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고 어디서나 누구든 가볍게 대화의 소재로 꺼내는 문화를 꿈꾼다.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식량난을 해결하고, 앞으로 지구온난화도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연구 지원은 계속 줄어들어 이탈하는 과학자들이 늘고 있으며 대우가 좋은 외국으로 가버리거나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과학하고자 하는 사람, 연구자들이 더 좋은 여건에서 마음껏 연구하도록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지금은 퇴사를 하고 크리에이터 활동을 전업으로 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한국천문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 시절 러시아의 호라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 호가 발사에 실패하여 막대한 양의 폭발물을 싣고 지구로 추락 중일 때 그는 밤을 세워 예상 추락 궤도를 계산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 추락 범위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만약 추락하게 되면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도 대중도 아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아 대중과 학자들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자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기로 마음먹고 과학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세대학교 천문학과를 나오고 천문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내놓은 ‘안될과학’이라는 컨텐츠가 빠르게 유명세를 탄 것을 보면 매우 순탄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끊임없이 노를 저은 결과라고 말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은 물이 들어오면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배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으로 기회가 왔을 때 노력하면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를 멈추고 있으면 기회가 와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없다. 그래서 그는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서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기회를 잡고 빨리 성장하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나는 평생 노를 젓고 있었어요. 물이 없을 때도 계속 노를 젓고 있었어요. 다만 물이 들어오니까 이제 앞으로 나갈 뿐이죠” 마른 땅 위에서도 노 젓기를 멈추지 않는 그는 무려 14년이나 대중 앞에서 과학 이야기를 해왔다. 400명의 객석이 있는 강단에서 단 두 명의 관객만을 위해서 강연을 한 적도 있을 정도로 과학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적었던 시절부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재미있는 과학을 외쳤기에 물이 들어오자 그의 배는 바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는 물이 빠져도 노젓기를 멈추지 않을 거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꺾어지 않는 노젓기이기에 언젠가 기회가 또 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자신에게 펼쳐질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원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차근차근 준비하며 내일을 맞자. 준비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눈 앞에 두고 놓치거나, 그것이 기회였는지도 모르는 웃픈 사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