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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entos 1 10화

환경을 위한 결정

차타고니아창업자 이본쉬나드

by 아름다움이란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이본쉬나드는 8살이 되던 해 천식을 앓는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연간 청명한 날씨를 가진 남부 캘리포니아로 이주한다. 영어가 서툴렀던 소년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바다와 숲, 호수를 쏘다니며 혼자 노는 법을 터득했다.


등반가로 활동하다 1962년에는 2년간 주한 미군에 자원하여 한국에 있는 동안 훈련이 없는 날이면 홀로 부대를 나와 북한산 인수봉을 오르거나 서울 쌍림동의 대장간을 찾아가 등반 장비를 만들곤 했다. 북한산 인수봉에 ‘쉬나드 A’와 ‘쉬나드 B’라는 암벽등반 코스는 그 시절 그가 자주 오르던 등반코스였다.


파타고니아는 그가 대장간에서 자신과 친구들을 위한 등반 장비를 만들던 일로부터 시작된다. 등반가였고 서퍼이자 환경운동가였던 그가 사용할 아웃도어 제품이 시중에 많지 않아 수작업으로 만들어 쓰던 것이 점점 사업으로 확장되어 미국 최대 등반 장비 공급업체로 성장하는 데는 6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요세미티 북쪽 암벽을 오르다가 심하게 훼손된 바위를 본 그는 피톤이라 불리는 등반용 쇠못을 박고 빼내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임을 알고 회사의 큰 수입원이었던 피톤 제작을 중단한다. 어떤 장비라도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데 쓰여서는 안되며 자연을 훼손하고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것은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경영철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회사 베스티드가 파타고니아에 단체복을 주문했다가 거절당한 일도 있었다. 수수하고 실용적인 작업복으로 ‘파타고니아 조끼=금융인’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월가지만 파타고니아는 그런 사회적 인식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했다. 패스트 패션 산업으로 의류 폐기물이 급증하고, 만들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기에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마케팅을 펼치며 적게 만들고 오래 입기를 바라는 철학이 전 세계의 돈을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심장인 그곳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9년에는 친환경 기업이라고 인증받는 기업에만 단체 제품을 판매하겠다고 선언하고 베스티드가 친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판매를 거절했다. 파타고니아는 이렇게 미국 회사들이 환경보호에 참여할 수 있게 명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파타고니아는 재활용이 보편화되기 몇십 년 전부터 이미 재활용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폴리에스터 의류 제품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드는데 일반 폴리에스터로 원사를 뽑는 방식보다 석유 자원을 절약하고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대기 오염도 줄일 수 있다. 1994년에는 처음으로 기업 내부 ‘환경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자각했으며, 1996년부터는 모든 면직 의류의 소재를 유기농 목화 사용으로 제한했다.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는 파타고니아의 경영철학은 디자인, 생산, 유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스며져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도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기업이 실천하는 윤리적 책임의식에 대한 공감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행복을 누리는 사람을 운과 시대를 잘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 등식을 성립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이 둘은 하나가 될 수 없다고 이미 단정해버리고 너무 빠르게 현실과 타협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세상이 요구하는 것, 돈을 버는 것과 신념을 지키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 여기지 않고 그 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2022년 9월, 이본쉬나드 회장은 본인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 지분 100%를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는 말과 함께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해 양도하면서 가치관이 자본주의에 변화를 일으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렌드를 팔지 않고 가치를 팔고 있는 파타고니아 본사 로비에서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없다’는 사명을 만날 수 있다.




월가: 미국 뉴욕 맨해튼섬 남쪽 끝에 있는 금융 밀집 구역.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가로,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다.

사명: 회사의 존재 이유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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