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카페 사장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의 선택지 안에 없었던 소상공인으로 살고 있지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내려고요.
한 때 꼬마빌딩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에 편승해 꼬마빌딩을 짓기 시작하여, 카페를 운영하는 일상을 공유하려 합니다.
1~3화 줄거리
사업을 하겠다고 선포한 남편은 당장이라도 사무실을 차릴 기세로 세모 모양의 작은 토지를 매입한다.
비어있는 땅 위에서 야채를 파는 할아버지는 매일 막걸리를 마시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시비가 붙는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다.
골치 아픈 민원을 해결할 요량으로 시에서는 이 부지를 수용하여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통보한다.
토지강제수용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사실 토지를 매입할 때부터 뭔가 개운찮은 것이 있었기에 나는 자포자기 상태였지만
하루하루 배둘레가 줄고 체지방은 감소하는데 혈압은 더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남편을 보니 뒷짐지고 기다려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000 과장님과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토지수용과 관련하여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지금 자리에 안 계신데, 연락처 남겨주시면 전해드리겠습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대본까지 써놓고 전화를 했지만 담당자와 통화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정도는 아니어도 산넘어 산 정도는 되었다.
담당자와 한 번에 연결되는 법이 없고, 기다리고, 넘겨받고, 기다리고의 연속.
드디어 연락이 왔다.
"과장님. 제가 알아보니 토지 강제 수용은 개인이 막기 참 어렵더군요. "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저희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쉽지 않네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우리 사안으로 회의를 하실 텐데 그게 언제지요?" 저 그 회의 참관하고 싶어요."
"네??? 그건 왜"
"저 그 회의 참관하고 싶어요. 우리가 이의제기를 했지만 글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있기도 하고, 우리의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제삼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는지 궁금해서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리인가요. 그럼 회의를 하고 회의록은 쓰시죠? 회의록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궁금하거든요."
"그럼 협의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이 흘렀을까? 하루가 사흘 같고, 사흘이 한 달같이 느껴져서 정확히 며칠 후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
"과장님. 계속 전화해서 죄송한데요. 혹시 회의가 진행되었을까요?"
"아니오. 아직입니다."
"다행이네요. 제가 이의신청서에 다 쓰지 못한 내용이 있어서요. 추가하고 싶습니다."
"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덧붙인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 땅은 고작 30평이야. 공원이라 부르기엔 너무 작지 않아?
공원을 조성하려면 우리의 세금이 정말 많이 쓰이겠구나.
적어도 몇 억은 쓰이겠지. (사실)
우리 땅을 수용하는 이유가
첫째. 도시 미관을 해친다.
둘째. 장사하시는 분들의 잦은 분쟁이 발생해서 민원이 생긴다.
이거였지?
좋아. 그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어. (분석)
여기다가 빨리 건물을 지을게. 그럼 분쟁도 없을 거고, 민원도 안 들어올 테고.
가장 좋은 건 국민들의 혈세를 아낄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너희도 일이 줄어들 텐데.
어때. 괜찮은 제안 아니야? (해결안)
그런데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이 된다면 우리는 너무 힘들 것 같아.
부디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라.
이것은 불쌍한 시민을 살리는 중요한 일이야. (동정심 유발)
그리고 며칠 후
우리의 땅이 수용대상에서 배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것 말고도 근처의 작은 땅들이 수용의 대상이었는데
우리만 쏙 빠져나올 수 있었고.
약속한 대로 남편과 나의 건물 짓기 프로젝트(=험난한 고행의 과정)가 시작되었다.
시청 관계자들의 생각을 감히 예측해 본다.
'진상이다. 피하자.'
* 주의 및 경고: 부부가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이혼도 불사해야 할 정도로 아주 위험한 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