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거니?
나는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게 당신이 싫어서는 아니다.
또한,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나와 비슷하게 연락을 먼저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아래와 같은 생각으로 연락을 먼저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보자.
그렇다면 왜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가?
1. (놀랍겠지만) 배려하기 때문이다.
나는 새 학기가 되면 나에게 먼저 다가오는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타입이었다.
반 아이들을 쓱 훑고 말 걸 사람을 찾는다니, 누구한테 말을 걸지 정하지도 못했을뿐더러, 내가 감히 정해도 된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나는 항상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타입이었고, 그것이 불편한 적은 없었다.
1.1 방해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꼭 그 사람에게 연락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면 혼자서 해결한다.
목적 없는 대화는 자주 하지 않으니, 필요에 의해 연락을 하는 사람으로 비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목적 없이 '아무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필요했지만,
'아무 이야기'는 '아무와도 나누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꾹 참는 것이다.
2. 예측가능할 때
내가 연락을 해서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 펼쳐진다면 굳이 연락을 할 필요가 없다.
예측 예시: 날씨가 춥다 → 안부 이야기 → 아,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 그만둔다
3. 예측불가능할 때
인생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재밌다.
단, 연락할 때는 제외이다.
예측 예시: '네가 좋다'라고 말한다. → 좋다 혹은 싫다로 대답이 나뉜다. → 싫다고 하면 속상할 것 → 그만둔다.
4. 기다림이 싫다.
상대의 반응 혹은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고역일 때가 있다.
괜히 그럴 때가 있지만, 그런 날이 빈번하다면,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 기다림을 없애는 것이다.
5. 사실은 회피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 복잡한 상황을 만들거나, 여러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 문을 닫은 것이다.
1번에 적어 놓은 '배려'라는 이유도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말로 포장한 것뿐이다.
회피라는 단어를 무작정 책망할 수는 없다.
때로 회피는 자신을 보호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일어난다.
누군가에게 '너는 왜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니?'라는 질문을 들은 사람이 있다면, 되돌아보자.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6. 연락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현진이라는 친구가 있다.
현진이는 자기 주도적이고, 꿈을 향해 항상 노력하며, 멋진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현진이는 너무 대단한 사람이어서,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나에게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만남을 제안하하던 현진이는 어느샌가 연락이 뜸해졌다.
현진이는 멋지고 바쁜 친구이니 자연스레 멀어졌다고 생각했다.
내가 싫어졌다고 해도 괜찮았다. 현진이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정말 현진이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연락하지 않았다. 현진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니) 문제는 나였다.
2021년 경, 한 해를 마무리하며 주변 지인에게 감사 인사를 돌린 적이 있다.
그냥 그 해에는 그러고 싶었다.
물론 그중에 현진이도 있었다.
그 연락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 나누고, 재밌는 밤을 보내고 우린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현진이한테 카톡이 왔다.
생각해 보니 연락을 먼저 하지 않은 나에게 서운함이 있었던 적이 있다고.
아차 싶었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황이 흘러간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현진이는 고마움의 인사와 더불어 앞으로 자주 보자는 대인배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난 다시 한번 마음속에서 현진이를 칭송했다.
해결책은 솔직함이다.
우리는 때로 연인 혹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연락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필요성을 못 느낄 때도 있으며, 귀찮을 때도 있지만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진이와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다시 만나기 전까지 연락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 일은 없었다.
다만 서로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오해를 낳았다.
불만이 있다면 호기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며 상대를 이해하고 절충안을 찾을 수 있다.
'솔직한 대화'는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며,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다.
모든 인연을 소중히 할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고민을 할 정도라면 상대에게 품은 마음은 진심이지 않겠는가?
이야기해 보자.
상대도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궁금해하자.
만약 그 이유가 시답지도 않은 이유였다면?
어쩔 것인가, 상대가 그 정도의 사람인 것을.
그것을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