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왜 인간은 작은 것을 사랑하길 마다하지 않는가

길가에 놓인 돌멩이와 사랑에 빠지는 그대

by 사못

우린 때로 세상이 보잘것없다고 규정한 것에 사랑을 퍼붓는다.

너무 보잘것없어 남들 앞에서 좋아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조그마한 것들 말이다.

바닷가의 조약돌도 수천 년을 견뎌낸 자연의 산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노트북을 구매해도, 나의 힘든 시기를 함께한 7살이 된 이전 노트북을 쉬이 버리지 못하는 일도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안전하기 때문이다.

무생물을 사랑하는 것은 쉽다.

사랑은 때론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대치가 낮은 사랑은 마음 편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사랑일까?


2.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의 것과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한다. 베푼다. 기쁘다. 끝.


3. 의인화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람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선물 받은 인형에 이름을 붙인 적이 있는가?

인형은 눈도 달리고 입도 달렸으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다 큰 어른이 눈코입도 없는 자신의 차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심심치 않게 본다.

자세히 보면 헤드라이트가 반짝이는 두 눈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소중한 물건을 더 소중히 다루려 이름을 붙인다.

가격은 상관없다.

표정이 없는 것의 표정을 살피고,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컨디션 난조일 것이라 생각한다.

'얘도 힘들었나 보다'라고 말을 하면서 말이다.


사람으로 밖에 살아보지 않은 우리는 곧잘 다른 것도 나와 비슷할 것이라 여긴다.

그것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물건이건 중요치 않다.


4. 작은 것을 사랑하는 것은 큰 것을 사랑하기 위한 연습일까?

작은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을 사랑하고 대한다면 우린 모두 행복할까?


내가 사랑하는 선인장이 있다고 가정해 본다.


선인장은 날씨에 따라 푸른빛이 맴돌기도 하며, 어떤 날은 가시가 매섭게 보이기도 한다.

선인장에게 물론 이름도 지어줬고, 잘 자라도록 물의 양, 온도, 습도를 맞춘다.

날씨가 좋은 날엔 볕이 좋은 곳에 데려간다.


어느 날은 내가 이 작은 미물을 사랑하는 사실에 허탈한 감정이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반대로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나 자신이 대단해 보이는 날도 있다.

한 뼘도 안 되는 선인장은 우리 집 창문 옆 책상 작은 구석을 차지하는 게 고작이지만, 이 아이를 살아가게 하려 부단히 노력한다.

선인장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4.1 이제 이를 인간에 대입해 보자.

내가 사랑하는 그대는 매일 다른 기분을 가지고 나를 대할 것이며,

나 또한 내 기분에 따라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와 비교하며 고작 이런 사람과 만나는 것이 타당한지 그 여부를 따지는 날도 있을 것이며,

반대로 나에게 과분하다고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우린 어제와 그다지 다른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상호작용을 하는 인간과의 관계가 만드는 끝없는 변화는 나를 불안하게 한다.


여기서 또 추가되는 변수가 있다.

선인장은 도망가지 않는다.

선인장은 날 배신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에게 말을 하지도 않으며, 무서운 가시가 있다 하더라도 내가 조심하면 다칠 일이 없다.


인간은 도망간다.

배신하고, 말도 한다.

그 말이 상처를 주기도 기쁨을 주기도 한다.

무서운 가시는 없지만 나에게 충분히 비수를 꽂을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다치는 일은 온다.


5.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겠다.

나는 아직도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대의를 위해, 나의 가치관을 위해 기꺼이 이타적인 행동은 취하겠지만,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상대와 사랑을 꾸려나가는 것은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신기한 일이다.

우리는 길을 걷다 앞사람의 가방이 열렸을 때는 흔쾌히 말을 걸어 알려주고 잠가주기까지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내가 타지 않을 버스가 오면 온몸으로 버스에 탑승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보낸다.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사람을 사랑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한다.


수많은 음악은 사랑을 노래한다.

책도, 드라마도, 영화도 사랑을 근간으로 하거나 사랑에서 나온 부산물을 주제로 한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가장 처음에 말했던 무생물이건 말이다.


사랑은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우정, 의리, 책임감, 이타심, 배려, 걱정, 믿음...

이러한 감정을 모두 사랑이라 칭했을 때, 그동안 쌓아왔던 긍정적인 사랑의 경험이 나를 만들어간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왜 인간은 작은 것을 사랑하길 마다하지 않는가'에 대한 답을 다시 생각해 보자.

해답은 아마 우린 사랑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겠다.


학교 앞에서 처음 만난 주먹만 한 병아리도,

늦은 밤 나를 따라오는 것만 같던 밤하늘의 달님도,

있을지 모르지만 무작정 찾아 헤매던 네 잎클로버도,

추운 겨울 코 끝 시린 차가운 겨울 냄새도,

나의 작은 마음에 사랑으로 품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습관처럼 사랑을 이어 나간다.


오늘은 사랑하는 친구에게, 가족에게, 연인에게, 그 누구여도 좋으니 감사함을 전달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

(참고로 나는 최근에 자주 가는 편의점 카운터 직원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아 그리고, 나 자신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말고 꼭 하길 바란다.

keyword
이전 13화Why. 너무 좋은데, 너무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