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영원을 꿈꾸는 우리들

영원할 것이라 했잖아.

by 사못

영원 (永遠)

[영ː원]

1.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 또는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함.

국립국어원 표준 대백과사전에 적혀있는 영원의 사전적 의미 그 첫 번째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나오는 영원과 관련된 가사는 이러하다.


영원은 그렇듯, 거짓이겠죠.


세상에서 유일하게 영원한 건, 영원이란 단어 밖에 없다고


영원이란 단어가 버젓이 있는데도 아무도 영원을 믿지 않는다.

마치 그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생긴 단어인 것 같다.


1. 영원을 바라는 우리들

우리는 너무 좋은 것을 경험하면 그 순간이 영원하길 소망한다.

너무 좋은 관계를 구축하면,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되길 바란다.


2. 영원이 없다는 것을 아는 우리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산다는 것은 과연 회피일까?

누군가는 이 당연한 사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영원을 원하기 때문에 영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애써 이를 굳이 먼저 이야기해서 자기를 보호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인정하면 되는데, 굳이 먼저 애써서 인식하고 방어막을 친다.

'우린 결국 헤어질 거야.'라고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되뇐다.


나는 이를 '신포도 권법'이라 칭한다.


*신포도 권법: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여우가 손이 닿지 않는 포도를 먹지 못할 것을 인지하자, 저 포도는 어차피 신 포도 일 테니 먹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이야기에서 모티브. 마음이라도 편하기 위해서 사용되곤 한다.


그래서 마치 상대를 시험하듯, 나 자신에게 되새기듯 이야기를 한다.

어차피 우린 헤어질 것이라고.

이 상태는 찰나에 불과하고, 나는 다시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이다.


3. 영원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아!

세상이 온통 변하지 않는 것으로 가득 차있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고, 변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변한다'와 '변화한다'는 한 글자 차이지만, 그 말의 뉘앙스와 숨은 뜻은 천지차이이다.


당신은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이에 대한 답은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대답은 'NO!'이다.

대문자로만 쓰고, 느낌표까지 달았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의 막막함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그 사이 나는 경력을 쌓았으며, 감정 대처에 노련해졌다.

그때의 상태로 10년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하면 조금 답답하다.

나는 미숙했고, 작은 실패에 크게 좌절했다.


내가 쌓아온 경험치를 무시할 순 없다.

이는 모든 것이 변화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삶이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리라는 법은 없다.

10년 전에 이 모든 것을 알았다면 내 삶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그때로 돌아가면 뭐든 시도하며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난날을 후회하기보다 10년 후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자.

10년 후의 당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온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하자.


4. 만약 나에게 영원한 무언가가 생긴다면?


예시 1. 영생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운 사람은 이 상태로 영원히 살고 싶을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고 싶을 수도 있고, 죽음이 막연히 두렵기도 하다.

죽음을 회피하고 싶으니 영생을 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가진 것이 없는 자는 잃을 것도 없다'라는 표현이 있다.

바꿔 말하면, 가진 것이 많은 자는 잃을 것도 많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너무나 소중해서 영원히 손에 쥐고 싶을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소유한 물건이건, 맺어온 관계이건, 자산이건 나만의 세상이건 뭐든 내가 좋아하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열심히 쌓아 온 것이 너무 귀해서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것이다.


영원한 삶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영원히 살고 싶을 정도로 노력해서 살았나 보다.

하지만 영원히 산다고 해서 지금 손에 넣은 것이 전부 당신의 것은 아닐 테다.


그러니 다시 예시의 처음으로 돌아가자.

영생을 원하는 사람은 현재의 삶이 만족스러운 사람이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것에 감사하자.


예시 2. 영원한 관계

영원한 관계를 원한다는 것은 '내가 널 영원히 사랑하고, 너도 날 영원히 사랑했으면 좋겠다.'라는 의미이다.

단순히 관계의 존속 그 자체가 아닌, 영원한 마음을 갖고 싶다는 말이다.

꿈만 같은 일이다.

나도 예전에 자주 '상대가 나를 영원히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는 소원을 빌곤 했다.

영원히 서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에게 영원이란 고작 100년도 되지 않은 기간일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평생 너를 사랑하겠다는 표현을 위해 우린 '영원'이란 단어를 빌려 쓰곤 한다.

그 말은 즉, 그만큼 너를 사랑한다는 뜻이겠다.

굳이 '영원'이라는 단어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다.

누군가 이별을 고할 때,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 했잖아.'라는 말을 할 필요는 없겠다.

영원은 '진심'이라는 단어를 시간적으로 가장 길게 나타낸 표현이겠다.


그러니, 영원히 이어지지 않아도 어쩌겠는가.

중요한 것은 영원이 아니다.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원'이란 단어를 빌려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혹시, 이 이야기가 앞서 말한 신포도 권법에 기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애써 부정은 하지 않겠다.

어차피 영원하지 못할 것이라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바꿀 수 없다면, 지금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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