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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30. 2024

합격하셨습니다.

나에 대해 더 알아가는 순간들.

24.06.24(월)

당황스러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심층적인 면접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봤던 면접이라 감을 잃었던 것 같았다. 면접은 원래 이런 거였지. 그래도 제법 말을 잘했던 것 같았다. 어쩌면 준비하지 않았기에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팀장님 면접 30분 이어서 원장님 면접 30분 총 1시간. 끝나고 나니 정말 세상 모든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과연 내가 붙을까. 면접에서 제일 마음에 걸렸던 건 나이였다.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서 내가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고 나보다 상급자들이 나이가 어린 사람이 많다는 이유였다. 사실 예상했던 부분이었고 나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면접이었다. 아마 떨어진다면 나이 때문일 거야라는 핑계를 미리 준비하고 마음을 가볍게 내려놨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조금 걷는 쪽을 선택했다. 걷다가 문득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성공감"이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대(하와이 대저택)를 한창 듣던 시절 나에게 필요한 건 성공감이었지만 잘 느끼지 못했었다. 작은 성공감이라도 얻으려고 작은 목표와 실천을 통해 느껴보려 했지만 쉽게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력서를 넣고 면접까지 갔다는 성공감이 나에게 꽤 큰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떨어졌을 때 실패감에게 그치지 말고 다른 곳에 또 지원해서 여러 번의 성공감을 더 느끼자고. 몸은 녹초지만 마음은 그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좀 자야겠다 생각했다. 면접 결과를 오늘 6시쯤에는 알려준다고 했으니 조금 자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집에 누우니 살짝 불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불합격에 대한 불안감이겠지? 실패는 당연한 것. 그다음에 내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그렇게 뒤척이다 보니 어느덧 6시가 되었다. 하지만 연락은 없었다. 아, 떨어졌구나.


생각보다 아쉬운 마음이 컸다. 말도 잘했고 반응도 좋았고 한 번 일하고 싶었던 분야였기에 더욱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던 일을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다시 구인 사이트를 켰다. 딱히 마음에 드는 회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지원만 해볼까라는 생각에 지원 버튼을 누르고 커서가 깜빡이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메시지 하나가 화면에 나타났다.


"금일 원장님 면접까지 진행한 결과 면접 합격하셨습니다 목요일부터 출근이 가능하실까요?"


와우! 생각보다 아쉬웠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생각보다 기쁜 마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빠르게 답장을 주고받으며 백수 탈출! 생각보다 짧았던 백수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기간이었음이 분명했다. 나에게 의미 있던 시간이었고 앞으로 더 의미 있는 시간들이 이어질 것을 알았기에 말이다.


이 합격의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나형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조금 무덤덤하게. 그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또 보냈다.


"기쁘네?"


그러게 말이다. 정말 기쁘네. 오랜만에 밀려오는 이 성공감이 나를 기쁘게 했다. 그리고 뭔가 나형 이를 만나서 자랑하고 싶었다. 시원한 생맥주도 한 잔 하고 싶었고 뭐 여하튼 그런 기분이었다. 이 동네에는 나의 기쁨을 함께 할 친구가 나형이 뿐이니 더욱 그랬다. 출근 전까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기에 카페로 움직였다. 혹시 모르니 나형이의 집과 가까운 곳으로 갔다. 부르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역시나 바쁜 나형이였기에 부를 수 없었... 내일 만나기로 했으니 내일 자랑해야지.)


카페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서류를 준비했다. 몇몇 친구들에게 이 기쁨을 나누고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친구는 축하의 의미로 기프티콘을 보내줬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늘 멀리서 응원해 주고 위로해 주는 친구. 고마워. 몇 명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응원해 주니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나 잘할 수 있겠지?


나에게 필요한 성공감. 어쩌면 이 맛을 잊고 살았기에 나의 삶도 너무 지쳐있었던 것 같다. 성공, 성취 내 삶의 원동력이 되는 건 바로 이 녀석들이구나. 날 더 알아가는 요즘 생각보다 나는 날 몰랐구나 느낀다. 그래서 요즘 너무 즐겁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지금 이 순간들이. 감정 변화가 여전히 있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 깨우치는 순간이 꼭 존재하기에.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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