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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l 03. 2024

10km 러닝, 같이 뛸까?

러닝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

24.06.28(금)

오늘도 잠을 설쳤다. 이틀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자서 죽을 맛이지만 남들보다 빨리 출근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나 자신이 대견하다. 아침잠이 정말 많지만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 아니지 적응은 아직 못했으니 닥치면 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늦은 만큼 남들보다 좀 더 부지런해야겠단 생각에 30분씩 일찍 출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마음이 변하지 않게 매일 되새겨야지.


어제랑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와 교육을 했던 하루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어제는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퇴근했다면 오늘은 이걸 할 수 있을까? 나한테 맞는 일이 맞나?라는 생각과 함께하는 퇴근길이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다 보니 용어부터 낯설었다. 다른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단어 하나조차 모르니 생각보다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어디서 봤던 말이었는데 두려움은 무지에서 나온다는 말이었나. (그래서 지금 무지 두렵다... ㅋㅋㅋ) 회사원의 행복은 금요일부터 시작이라던데 마냥 놀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주말에 하루는 공부하는데 시간을 좀 써야겠다.


정말 너무 피곤하지만 그래도 불금인데 이대로 잠을 자기에는 아깝지. 눈은 감기고 있지만 쓸데없는 고집이 잠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제대로 꿀잠을 잘 수 있도록 러닝을 좀 할까 생각했다. 문득 지후와 한강을 뛰고 싶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아쉽게 전화를 받지 않네. 그냥 잘까라는 생각으로 침대에서 뒹굴었다. 그러다 지후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야?"


"같이 한강 좀 뛸까 해서 전화했었어."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고?"


"흠... 지금 가면 뛸래?"


"당산역에서 만나자."


드디어 지후와 같이 뛰는 날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늘 같이 뛰자는 말을 했지만 생각보다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갔다 오면 정말 뻗겠지? 옷을 갈아입고 당산역으로 향했다.


당산역 한강 쪽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몇 킬로를 뛸지 정하는데 사실 5킬로 정도만 뛰어도 괜찮다고 생각했기에 가볍게 뛰자고 제안했다. 그러자고 하던 지후. 주머니에서 에너지 젤리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젤리를 입에 넣었더니 갑자기 말이 바뀌었다. 그거 먹었으면 10킬로는 뛰어야 해. 응? 살면서 5킬로 이상 뛰어 본 적이 없는데 아직. 갑자기 10킬로라고? 심지어 피곤해 죽겠는데 가능할까? 뭐 일단 뛰어보자고 했다. 시작은 느린 페이스로 가자.


오랜만에 뛰어서일까 느린 페이스지만 조금 힘든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수다를 떨면서 갈 정도의 페이스이기에 러닝보다는 조깅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한참을 떠들면서 달렸더니 몸이 조금 적응을 한 것 같았다. 조금씩 페이스를 올리면서 달리는데 한강에는 정말 달리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신기한 건 마주 오는 사람들이 힘을 내라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러닝 하는 사람들 간의 기본예절 같은 것일까. 생각보다 힘이 되긴 했다. 러닝 크루도 정말 많고 규모가 상당한 크루도 있었다. 나도 크루에서 같이 뛰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뛰다 보니 어느새 7킬로가 넘었다. 이쯤 됐으면 10킬로를 채워야겠다는 생각. 조금씩 페이스를 올렸지만 괜찮은 적응력이 수다를 떠는데 도움을 주었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순간이 꽤 마음에 들었다.(사실 난 시원하지 않았는데 지후의 표현을 빌렸다. 지후는 시원하다고 하더라. 뭐 어찌 됐든 마음에 든 건 맞으니까.) 남은 거리가 1.5킬로,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올려보자는 지후에 말에 알겠다고 했다. 뒤늦게 후회했지만 말 그대로 이미 늦었다. 500미터 간격으로 점점 속도를 높이는 지후를 따라가는데 호흡하기도 벅차기에 대화가 끊겼다. 틈틈이 뒤를 보면서 괜찮냐는 질문에 응이라고 대답하는 정도일 뿐 나머지는 뛰는데 집중했다. 점점 빨라지는 지후와 점점 벌어지는 거리, 호흡은 점점 힘들어지고 괜히 페이스 올리는 것에 동의했다는 후회가 찾아왔다. 그래도 너무 벌어지지 않게 최대한 쫓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당장에 멈추고 싶었지만 오기를 부리며 완주에 성공. 인생 첫 10킬로 러닝에 성공했다는 뿌듯함과 터질듯한 심장과 고통도 함께 찾아왔다.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안정을 찾았다.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면서 아까의 고통은 금세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쓸데없는 제안을 해버렸다. 주 1회 정도는 한강에서 같이 뛰어볼까? 힘들었지만 좋았던 걸까. 아니면 분위기에 취해 질러버린 말이었을까. 뭐 어찌 됐건 우리는 주 1회 한강에서 뛰기로 했다. 기왕 뛰는 거 지후의 크루원들과 함께 말이다.


당분간은 장마라 못 뛸 수 있겠지만 내심 기대가 되긴 한다. 많은 사람들과 뛰는 건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다가 올 다음 러닝을 기대하며 틈틈이 체력 단련을 해야겠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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