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받는 기쁨, 주는 기쁨

by Biiinterest

24.05.07(화)

오늘은 부모님이 계신 평택으로 가서 가족 모임으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부지런히 일어나서 머리도 자르고 내려가서 친구도 좀 만나고 저녁 약속을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전 10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생각한다. "아, 요즘 계속 피곤했는데 조금만 더 잘까?" 그렇게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그래도 오래 자면 안 되니 암막 커튼은 열어 놓은 채로 잠을 더 잤다. "지이잉 지이잉" 진동소리가 들려온다. 엄마에게 온 전화에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직도 자? 언제 내려오는데?"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가 넘어버렸다. 아,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나에게 계획이란 쓸모없는 것. "저녁 먹는 거라 천천히 내려가려고 요즘 좀 피곤해서 늦잠을 좀 잤어"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 전화기를 끊고 뭉그적 거리면서 내려갈 준비를 한다. "하루가 많이 짧겠다."


오늘의 메뉴를 정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아빠가 선택한 메뉴로 의견이 모아진다. 오늘의 메뉴는 "갈비". 콕 집어 명륜진사갈비를 먹자는 아빠의 말에 흠칫 놀랐다. 우리 가족은 다들 양이 적다. 학창 시절 네 명이 갈비를 먹으러 가면 많이 먹어야 4인분,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은 날에는 3인분이면 다들 젓가락을 내려놓는 가족이었다. 그런 우리 가족에게 무한리필집이라니? 그 가격으로 무한리필 가게를 가는 것보다 질 좋은 고기를 먹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고 좀 더 가격대가 높은 갈빗집을 선정했다.


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두 모여있었고 내가 꼴찌였다. 멀리서 오니까 이 정도 지각은 애교인 걸로.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나 요즘 나의 최애 중의 최애 조카 "하은이". 정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더 표현하고 싶은데 더 좋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좀 더 글쟁이가 되어서 우리 하은이를 더 예쁘고 아름답게 표현해주고 싶네.


엄마, 아빠, 누나, 매형, 하은, 나 이렇게 6명이 식사를 시작했다. 이제는 한 자리 차지하는 하은이를 보면서 어쩌면 나보다 많이 먹는 것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정말 잘, 많이 먹는다. 아직 30개월도 되지 않은 아이가 맞나 싶다. 먹는 모습도 너무 귀엽지만 말이다. 식사를 하면서 어버이날인데 용돈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오다가 현금을 찾을 수 있는 카드를 가져오지 못해 성의 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체를 하겠다고 말한다. 사실 그런 격식 같은 걸 신경 쓰지 않는 우리 가족이기에 크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그렇게 부모님께 기분 좋게 용돈을 보내드렸다. "용돈 보냈어." 딱딱할지 모르는 말이지만 귓속말로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엄마는 웃으며 "많이 보내지 그랬어?"라며 웃는다. "응, 많이 보냈어." 그렇게 웃으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며 누나는 머리를 보며 한 소리한다. "머리 좀 잘라 ㅋㅋㅋ 머리가 얼굴보다 더 크다야."

하하하 머리숱이 많아 조금만 방심하면 이모양이 된다. 계속 미루고 미루다 보니... 빨리 머리를 좀 잘라야지 내가 봐도 이건... 특히 누나는 내 머리가 이상할 때면 꼭 한 마디씩 한다. 저번에는 머리를 기르겠다고 길렀더니 누나가 보고 있는 드라마에 나오는 노숙자 같다며 놀려서 다음 날 바로 머리를 자르러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


역시나 양이 적은 우리 가족, 고기 7인분에 공깃밥 2개가 끝이라니. 오늘따라 더 안 먹은 것 같은 기분이지만 다들 맛있게 먹은 것 같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게를 나오니 마음은 가벼웠다. 자리를 일어나며 엄마가 한마디 한다. "나이 먹으니까 이건 좋네. 결제하러 가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자식들에게 무언가 받는 걸 유독 불편해했던 엄마가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미안한 듯 털털한 척 말한다. 엄마도 참. 이제는 좀 당연하게 받아도 괜찮을 텐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결제를 위해 카운터를 향하는 누나의 뒤를 따라갔다. 카드를 꺼내는 누나를 말리고 "내가 살게."라며 카드를 직원에게 건넨다. "왜?"라고 묻는 누나에게 "그냥"이라고 답한다. 그렇게 더 말을 이어가지 않고 우리의 식사는 끝이 났다.


집에서 가족들과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하은이와 놀아주고 먼 길을 위해 늦지 않게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누나에게 카톡이 왔다. 밥 잘 먹었다고, 하은이 신발 고맙다고, 엄마 아빠에게 용돈을 얼마 줬냐고 시시콜콜한 질문과 답을 이어간다.


"누나 오늘 내가 밥 산거 말하지 마." 평소보다 많은 용돈을 주고 밥까지 샀다고 하면 부모님께서 걱정할까 봐 누나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 마디 더 "그냥 그때그때 여유 있는 사람이 더 쓰는 거지 뭐." 미안해할 누나를 위한 말을 붙였다.


가족에게 늘 많이 받아왔던 삶을 살았기에 줄 수 있는 요즘이 나에겐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 평소에는 좀 더 날 위해 생각하고 시간을 보내느라 베풀지 못했던 요즘, 오늘만큼은 미안한 마음을 담아 시간과 돈, 마음을 가족들에게 주고 왔다. 큰 지출이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더욱 부유해진 오늘.


받는 기쁨보다는 주는 기쁨이 나에겐 더 크다는 걸 오늘도 실감한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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